[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가상 아이돌은 더 이상 실험적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제는 K팝 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빠르게 자리매김, 팬덤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사실 가상 아이돌의 시초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데뷔한 하츠네 미쿠(Hatsune Miku)는 보컬로이드 기반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3D 홀로그램 공연과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하며 전 세계 팬덤을 형성했다. 이러한 사례는 가상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서 아티스트와 유사한 팬덤과 활동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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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엔터테인먼트] moonddo00@newspim.com |
2023년 데뷔한 K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는 데뷔 2년 반 만에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국내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돔에 입성하며 "가상 아이돌도 돔 투어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으로, AI 기반 아티스트가 실제 아이돌 그룹과 같은 규모의 팬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레이브는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대시'(Dash)로 가상 아이돌 최초로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하며 글로벌 경쟁력도 보여줬다.
또한 최근에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 플래닛' 세미 파이널 신곡 매칭 미션에서 프로듀서로 등장하는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례를 쓰기도 했다.
이는 가상 캐릭터의 인기가 많다는 것을 넘어 음악적 완성도와 팬덤의 몰입이 결합된다면 '가상 아이돌도 실제 아티스트와 동일한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팝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음악 산업도 디지털·버추얼 등 가상의 아티스트를 하나의 '플레이어'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음을 보여준다.
이에 최근 국내 대형 기획사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도 가상 아이돌 제작에 뛰어들었다. JYP와 블루개러지는 3일 "'AI가 팬의 이름을 부르고 교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팬과 AI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는 글로벌적으로도 최근 몇 년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버추얼 휴먼 시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이미 500억 달러(약 69조 3350억원) 규모에 달하며, 2029년에는 연평균 성장률 48.5%로 2526억 1천달러(약 350조 2804억)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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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
가상 아이돌의 매력은 다양하다. 현실 아티스트가 겪는 군 입대, 연애 스캔들, 부상 리스크 등에서 자유롭고 팬들과의 소통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AI 기술, 모션 캡처,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 캐릭터가 실제 무대에서 팬들과 교감한다'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이는 100%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그룹에 해당하는 장점이다. 플레이브처럼 실존 멤버들이 가상 캐릭터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군 입대나 부상 등 현실적 제약을 피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를 통해 무대 퍼포먼스를 확장하고 상상력을 입힌다는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
가상 아이돌은 구현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일부 팬덤에서는 현실 아이돌 못지않은 결속력과 충성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 아이돌의 스펙트럼이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실 무대에서의 공연을 넘어 메타버스·VR 세계관, 그리고 글로벌 시장까지 뻗어 나가며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국한 버추얼휴먼산업협회 협회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가상 아이돌은 일본에서 시작했다.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팝 시스템 즉 보컬, 안무 트레이닝부터 K팝 작곡 및 음악 프로듀싱이 입혀지며 버추얼아이돌이라는 새 장르를 만들었다. 앞으로 버추얼아이돌은 K팝 시스템에 의해 더욱 확장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AI 기술과 더불어 실존 멤버가 없어도 아이돌의 세계관을 가진 가상 아이돌 IP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기에 이를 보고, 소통하고자 하는 여러 팬덤들이 가상공간에서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