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내 휘발유 도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유시설을 집중 공격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작전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러시아 정부는 긴급조치로 휘발유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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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랴잔에 있는 정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거래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A95 등급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일 톤(t)당 8만2300 루블(약 143만5000원)을 기록해 지난 2023년 9월 찍었던 이전 최고치 7만6900루블을 크게 뛰어넘었다.
A95 등급 휘발유 가격은 20일에도 8만2253 루블에 거래돼 여전히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FT는 "러시아의 휘발유 도매 가격은 올해 초 이후 55% 급등했고, 이달 들어서만 8% 상승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증권사 피남의 애널리스트 세르게이 카우프만은 "러시아 정제 용량의 최소 10%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휘발유 시장의 혼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 측면에서는 실질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7월 초 이후 러시아의 정유시설 4곳을 집중 타격했다고 한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카네기평화재단의 수석 연구원인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작년까지만 해도 러시아 에너지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대개 한 번에 단 한 곳의 정유소를 공격하는 식이었고, 피해는 비교적 빨리 복구됐다"며 "최근에는 주요 소비·정유 지역에 있는 모든 공장을 공격하고 있고 이들 공장들이 장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가동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실 말류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은 이달 초 "러시아의 석유 정유시설이 우리 군의 장거리 공격의 주요 타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28일 모든 석유 제품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가즈프롬방크 산하 러시아물가지수센터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마르티로샨은 "이번 조치로 국내 유통 물량이 15만톤 늘었지만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적어도 9월까지 휘발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물류 시스템 상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5월부터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한 시장 조작'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데이터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고 FT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