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상향 전, 건물은 상향 후 가치 적용"…부담 가중 우려
비교 표준지 없는 '깜깜이 감정평가' 우려…"단일 잣대 사용해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사업 속도를 내던 여의도 재건축이 기부채납 산정 방식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가 용도지역을 제3종 주거지에서 준주거지로 상향해주는 대가로 받는 개발이익 환수 방식에 '이중잣대'가 숨어있다는 문제가 제기면서다.
여의도 재건축 조합들은 서울시가 토지를 기부받을 때는 용도 상향 전의 낮은 가치를, 건축물을 기부받을 때는 용도 상향 후의 높은 가치를 적용해 조합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토지는 '상향 전', 건물은 '상향 후' 가치?…'이중잣대·가중치'에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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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1975년 준공한 여의도대교아파트는 총 12층, 4개 동, 576가구 규모다.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총 3만3418㎡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9층의 초고층 4개 동, 총 912가구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연면적은 22만1951㎡, 건폐율 29%, 용적률 470%, 최고 높이 180m로 건축될 예정이다. 2025.07.14 dosong@newspim.com |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청은 지난 8일 여의도 대교아파트의 사업시행계획(안) 공람을 마쳤다. 하지만 기부채납 산정 방식을 놓고 조합 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하며 적용하는 공공기여 평가 기준에 '이중잣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대교아파트는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스튜디오가 설계를 맡아 총 3만3418㎡ 부지에 최고 49층, 4개 동, 912가구 규모의 랜드마크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목표 용적률은 469.99%에 달한다. 공공기여 계획으로는 사업부지 내 B11 획지(1214.6㎡)를 공공시설용지로 제공하고, 별도로 연면적 약 1만1000㎡ 규모의 대형 복합문화체육센터를 건립해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통상 공람 이후 감정 평가에서 구체적인 기부채납 비율이 산정된다. 이 중 조합원들이 독소 조항으로 지목하는 문제는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이중잣대다. 서울시가 기부채납 비율을 산정할 때 토지 기여분과 건축물 기여분의 가치를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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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을 살피면, '별도 구획되는 토지기부채납 면적'의 허용 용적률은 용도지역 변경 전의 낮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가중치 공식의 분모가 되는 '사업부지'의 허용용적률은 용도지역 변경 후의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분자는 작게, 분모는 크게 계산되어 가중치 값이 1보다 낮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조합이 제공하는 토지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낮게 평가하여, 동일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더 많은 토지를 기부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통상 용도지역 상향이 없는 사업장의 토지 기부채납 가중치는 1.0이지만, 대교아파트처럼 3종 주거지에서 준주거지로 상향되면 가중치를 0.8로 깎는다. 가령 조합이 1000㎡의 땅을 기부해도, 0.8의 가중치를 적용해 서울시는 '800㎡만 기부했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사실상 용도 상향에 대한 페널티로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조합이 건축물을 지어 기부할 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건축물 기부채납의 가치는 건축비와 그 건물이 들어선 '토지지분'의 가치를 합산하여 산정된다. 이 경우 용도지역 변경 후의 높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서울시는 조합으로부터 토지를 직접 받을 때는 '변경 전'의 낮은 가치를, 조합이 부담해야 할 건축물의 원가(토지비)를 계산할 때는 '변경 후'의 높은 가치를 각각 적용하는 셈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우려의 핵심은 서울시가 토지를 기부채납 받을 때는 용도지역 상향 전의 낮은 '3종 주거지' 가치로, 건축물을 기부채납할 때는 그 기반이 되는 토지를 상향 후의 높은 '준주거' 가치로 평가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서울시에 제공하는 자산(토지)의 가치는 낮게 평가받고, 용적률 인센티브의 대가로 내놓아야 하는 건축물의 가치는 높게 책정된다. 이 같은 계산법이 적용될 경우 공람 이후 감정 평가에서 기부채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 비교 표준지 없는 '깜깜이 감정평가' 우려…"단일 잣대 사용해야"
조합의 또 다른 고민은 감정평가의 어려움이다. 건축물 기부채납 가치를 산정하려면 상향된 '준주거' 용도에 맞춰 토지비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대교아파트는 현재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어 현재 여의도에는 비교할 만한 표준지가 없다.
감정평가 실무기준상 비교 대상이 없다면 감정평가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다른 평가 방식을 써야 해, 평가 결과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에 비교할 만한 준주거 표준지가 없어 감정평가가 어렵다"며 "오히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종상향 재건축의 기준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채납 산정 방식으로 인한 갈등이 결국 사업 지연과 조합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공기여 비율이 과도할 경우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려면 똑같은 잣대를 유지해야 합리적인 조율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기부채납을 둘러싼 마찰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초구에서는 재건축 단지 내 공원에 노숙인 지원시설 설치를 요청하는 공문이 발송돼 큰 논란을 빚었으며, 둔촌주공 역시 지역자활센터 설치 계획이 주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