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가처분 소송 등 얽히며 장기전 전망
다음달 콜마BNH 임시주총, 분쟁 분수령 될듯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 복귀를 목표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며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전면 대립에 나섰다. 이번 분쟁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넘어 사업 전략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달 29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청구했다. 주총 의안으로는 본인과 딸 윤여원 대표를 포함해 8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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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
이사회 후보들은 윤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 딸의 편에 서 있는 윤 회장이 이사회 복귀를 통해 콜마홀딩스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19년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대주주 자리를 내어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콜마홀딩스의 지분 현황은 윤상현 부회장 31.8%, 윤여원 대표 7.5%, 윤동한 회장 5.6%, 윤여원 대표 남편 이현수 씨 3.02%, 재단법인 석오문화재단 0.11%, 달튼 인베스트먼트 5.69%로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윤 회장 측이 표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윤 회장이 실질적인 이사회 장악보다는, 맞불 성격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분쟁의 첫 분수령은 다음 달 열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이 될 전망이다.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 교체를 위해 임시주총에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제안하는 의안을 상정했다.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문제 삼으며, 이사회 진입을 통해 경영에 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대표는 7.78%, 윤 회장은 1.11%에 그친다. 콜마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는 윤 부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는 윤 대표가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행위 유지 등 가처분 신청 소송과, 윤 회장과 윤 부회장 부자간 주식 반환 소송이 꼽힌다. 두 소송에서 법원이 각각 윤 대표와 윤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부녀가 승기를 잡게 된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윤 부회장이 3자간 경영합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9년 12월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영합의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한 그룹 운영을 맡고, 윤 대표가 건강 기능식품 사업 부문인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및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윤 회장이 법원에 윤 부회장의 주식 처분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이미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윤 부회장은 주식반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콜마홀딩스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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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콜마비앤에이치] |
경영권을 둘러싼 부녀와 장남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콜마비앤에이치의 매각설이 제기되며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이어 사업 전략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달 초 윤 대표가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행위 유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 1차 심문기일에서 윤 대표 측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회의록에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 등을 거론한 내용이 담기면서다. 해당 회의록은 지난 4월 23일 내곡동 사무실에서 열린 콜마홀딩스 고위급 회의에서 기록된 내용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회의록에 대표이사 교체 문제와 함께, HK이노엔을 한국콜마 산하에서 분리해 콜마홀딩스 직속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해 밸류에이션을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구상도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마그룹은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통해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 HK이노엔 등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HK이노엔의 지분 43.01%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HK이노엔의 전신은 CJ제일제당의 제약 바이오 부문으로, 2018년 한국콜마가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됐다.
콜마홀딩스는 "회의록의 실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콜마비엔애이치 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콜마홀딩스는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전면 리포지셔닝하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누적된 경영 실패를 바로잡고,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콜마비앤에이치가 매각 대상이 아닌, 오히려 콜마그룹의 사업 방향 재편의 일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기업 가치와 주주들의 신뢰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업 승계의 관점이 아닌, 자본시장의 가치에 부합하는 경영적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기업공개를 한 이상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