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의 미국 경유 중남미 방문 무산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의원 파면(소환) 선거에서 사실상 대만 집권 민진당이 참패를 한 데 이어, 라이칭더 총통이 추진하던 미국 방문 계획이 무산됐다. 대만 내에서는 "라이 총통이 국내외에서 모두 버림받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라이칭더 총통이 다음 달 미국 뉴욕을 경유해 중남미를 방문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이 총통은 다음 달 뉴욕을 거쳐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3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를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뉴욕 방문을 불허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총통부는 28일 라이 총통이 가까운 미래에 외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미국으로부터 경유 불허 통보를 받은 후 내린 결정이었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이며,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대중국 기술 제재를 완화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번 라이 총통의 경유 불허 조치도 비슷한 맥락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만 고위급 정치인의 외국 방문, 특히 미국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대만 총통은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왔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대만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무력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라이 총통이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대만 내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만을 버리고 결국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는 심리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라이 총통의 경유 불허 조치 역시 자국 이익 차원에서 중국을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대만에서는 야당인 국민당 소속 24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파면) 투표가 26일 진행됐다. 소환 이유는 친중 행보로 인한 대만의 안보 불안이었다.
하지만 24명 모두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이로써 대만 내에서는 대만인들이 라이 총통의 과도한 반중 행보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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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해 5월 20일 총통 취임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대만 중앙통신사 캡쳐] |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