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산 사과가 러시아 마트 판매대에 오르고, 북한 기업들이 러시아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등 양국 간 경제 밀착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한 지 1년여 만에, 양국이 군사 협력에 이어 경제 협력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북한 어선들이 러시아 극동 연해 해역에 몰려들었고, 잼·소시지부터 맥주·아코디언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북한 제조업체들이 러시아 연방 지식재산권청에 상표 등록을 하며 현지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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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
러시아는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1억 달러(약 1392억 원) 규모의 도로교를 건설 중이며, 양국 수도를 잇는 1만km 철도 연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 대학 총장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러시아 대학들과 교류했고, 북한 선수들이 러시아 스포츠 대회에 참가했으며, 러시아 극단은 평양에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의 후원이 북한 광업과 농업 부문을 되살려 실질적인 경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농촌 기반 시설에 대한 적정 수준의 투자만으로도 북한 주민 상당수에게 실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병력을 제공해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대가로 김 위원장 정권은 현금, 현물, 기술이전 등의 형태로 수십억 달러를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력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접견한 뒤, 쿠르스크 지역에 6000명의 북한군을 추가 파견한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5000명은 군 건설 인력이다.
이러한 협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드 연구원은 "북한 인력이 러시아 극동 지역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이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북한의 실질적인 외화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러 간 교역 확대가 러시아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수출하는 대부분의 품목은 러시아 수입업자들에게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한다"며, "중국 기업들이 북한 내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해온 것과 달리, 러시아 기업들은 현지 네트워크나 노하우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