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에 내년도 본예산 편성까지
실·국장 "가족 모임, 주말 약속 취소"
[세종=뉴스핌] 이정아 백승은 김기랑 기자 = "8월까지는 어떤 약속도 못 잡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시간표는 새로 짜이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 편성까지, 예산실이 도맡아야 할 대형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예산실은 6월부터 8월 말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인데요. 각 부처는 5월 31일까지 부처 산하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는 8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본예산을 확정합니다. 이번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이리저리 수정돼야 하는 만큼, 보다 힘든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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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
기재부 예산실 한 과장은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은 수많은 논의를 거쳐 탄생하는 하나의 작품"이라며 "그러나 새 정부의 정부 예산안은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맞춰야 하다 보니 수십 배는 더 복잡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예산실 내부에서는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는 8월 말까지 비번이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합니다. 실·국장급은 가족 모임은 물론 주말 약속도 대부분 취소한 상태입니다. 실무자급인 사무관들도 외부 일정을 모조리 정리했습니다.
특히 올해 1차 추경 편성 당시에는 저녁을 먹다가도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 야근하는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예산실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1차 추경 때랑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당장 이달부터 민주당이 추경을 공약으로 앞세운 만큼 2차 추경 편성 업무까지 포함될 상황입니다. 또 다른 예산실 과장은 "당장 2차 추경을 앞두고 있고 8월 말까지 본예산을 짜는 동시에 새 정부가 요구하는 국정과제도 반영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6~8월에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과제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세종-서울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같은 과장은 "직원들이야 세종에 있겠지만, 실국장과 과장급들은 전보다 더 많이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보고를 얼마나 요구하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인수위 없이 시작하면서 새 정부의 예산 방침이 예년보다 늦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부가 어떤 재정 기조를 잡을지에 대한 시그널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도 부담입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인수위도 없어서 기초 작업부터 저희가 다 해야 할 듯하다"며 "단순히 예산을 짜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해석하는 일까지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신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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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기획재정부 전경. 2025.05.09 plum@newspim.com |
앞으로 예산실 직원들은 각종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예산 배분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느라 숨 가쁜 시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 부처가 올린 예산안과 대통령의 지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이들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예산 흐름을 전부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곳 사람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기재부에서 유일하게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예산실에서는 조용한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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