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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경제는 언제나 투표용지 안에 있다

기사입력 : 2025년05월31일 08:00

최종수정 : 2025년05월31일 08:00

합리적 선택 이론과 유권자의 경제 투표
경제, 언제나 정치적 선택의 핵심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James Carville)은 캠프 사무실 벽에 세 가지 문장을 써 붙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It's the economy, stupid." 이 짧은 문장은 빌 클린턴이 사용하면서 곧 미국 대중정치사의 상징적인 경구가 되었고, 선거를 분석하는 거의 모든 학자들과 언론이 인용하는 클리셰가 되었다. 하지만 단지 진부한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은 선거에서 표심을 움직이는 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유권자는 정당도, 후보의 말솜씨도, 화려한 슬로건도 아닌,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대중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는 다양한 이슈의 각축장이 된다. 이념, 인물, 이미지, 지역, 세대, 외교, 안보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가장 강력하게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경제다. 성장률, 고용, 소득, 물가와 같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악화될 경우, 유권자는 정권 교체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 승리를 등에 업고 재선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그 해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져 있었고, 실업률 상승과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인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클린턴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외교보다 내치, 국가안보보다 경제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전략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과는 부시의 낙선과 클린턴의 승리였다.

그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인 1998년, 모니카 루인스키와의 스캔들이 터지며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그때 미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실업률은 4% 이하였고, 기술산업은 급성장하며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이했다.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도덕성보다는 경제 성과를 선택했고, 클린턴은 탄핵을 모면했을 뿐 아니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의석을 늘리는 데까지 성공했다. 빌 클린턴은 이 말을 멋지게 날렸다.

"It's the economy, stupid."

합리적 선택 이론과 유권자의 경제 투표

앤서니 다운스 (Anthony Downs)는 『경제적 민주주의 이론(The Economic Theory of Democracy)』에서 유권자는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한 투표행위다. 유권자는 공공선의 추상적 기준보다, 자신의 고용 안정, 세금 부담, 자녀의 교육비, 생활비 인상 여부와 같은 구체적 경제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앤서니 기든스를 제자로 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 사회학 교수는 그의 책 『The Civilizing Process: Sociogenetic and Psychogenetic Investigations』(2000)에서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사회적 안전감(social security)'이 정치적 극단화나 회의주의를 막는 핵심 요소라고 보았다. 경제가 불안정할수록 사람들은 급진적인 정치 성향에 노출되기 쉽고, 극단적인 주장에 설득되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고 그는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적 안정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된다.

경제, 언제나 정치적 선택의 핵심

트럼프의 2016년과 2024년 대선 승리는 제조업 기반이 붕괴된 러스트벨트 지역의 경제적 절망에 대한 응답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자국 산업 보호를 강조한 트럼프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서 예상을 뒤엎는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슬로건은 유권자를 자극하는 경제적 용어였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이 말 속에는 실직자들의 불만, 산업 공동화에 대한 분노, 무역 적자에 대한 우려가 모두 담겨 있었다.

바이든 역시 2020년 대선에서 "Build Back Better"라는 경제 재건 메시지를 앞세웠고,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생산과 소비 회복에 주력하는 정책으로 지지를 유지했다. 그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산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것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였지만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해 결국 카멀라 해리스로 후보로 교체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정권을 다시 내 주는 비운을 맛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와 함께 전기료 폭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전기요금가 천정부지로 폭등하는 사태로 치달았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은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저성장과 높은 실업율, 특히 청년들의 실업문제에 허덕이던 리시 수낙이 이끈 보수당은 경제의 재건을 앞세운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에게 총선에서 패해 정권을 물려 줄 수 밖에 없었다. 탈원전과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집안 온도 평균 15도 내외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했던 독일의 유권자들은 에너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울라프 슐츠 사민당 정권을 심판했다. 결국 16년간 권좌에 있었던 안젤라 메르켈처럼 장기집권을 꿈꿨지만 4년도 채우지 못하고 하차하는 비운의 총리가 되었다.

경제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이다

물론 선거에서 경제만이 결정 요소는 아니다. 때로는 안보 이슈, 인종 문제, 젠더 이슈, 기후위기, 개인 스캔달 등 리더십 이미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슈 우선순위는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가 안정될 경우 유권자는 문화적 이슈나 도덕적 기준에 민감해지지만, 경제가 불안정할 때는 기본 생존의 문제로 회귀한다.

따라서 경제는 늘 선거판의 기저에 존재하는 결정 요인이며, 나머지 이슈는 그 위에 얹히는 조건 변수일 뿐이다.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며, 주거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 아무리 매력적인 정책을 제시해도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선택 앞에 선 한국의 유권자

2025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유권자들 역시 경제에 목말라 있다. 고물가와 저성장, 소상공인 몰락, 청년층의 고용 불안,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누구보다 '실질적인 경제 해법'을 제시할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호텔경제 순환론'과 '커피 원가 120원'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며, 오히려 경제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을 낳았다. "삼성이 잘 살아야 투자자도 잘 살아", "민생, 경제 살리기의 중심은 기업" 등으로 기업인과 중산층을 공략하고 있지만 민생과 먹사니즘을 기치로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정책 설계보다는 이미지 중심의 화법이 강해, 중도층과 실용적 유권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 중심의 산업 재편, 디지털 인프라 강화, 국가 R&D 예산 확대 등을 강조하며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성장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 대통령 탄핵 사태를 유발한 당의 계승자로서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않으며, 보수층 내부의 세대갈등과 노선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도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가 0퍼센트대의 경제성장 가능성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0.25퍼센트의 시중금리를 인하하는 결단을 내렸다.

2025년 6월 3일. 한국의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물을 질문은 여전히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을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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