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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하) 베니스의 법정에 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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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법 사이에서

『베니스의 상인』에서 정의를 되살린 것은 '자비(mercy)'였다. 포샤는 말했다. "자비는 강요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가장 위에 있는 자와 가장 아래에 있는 자 모두를 적신다." 자비는 법의 외피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숨겨진 기초다. 한국 정치가 잃은 것은 바로 그 자비의 정치다. 다수결에도 여백이 필요하고, 정당한 절차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도 등장한다. 장 발장은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그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사회의 자비는 없었다. 출소 후에도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가 건넨 한 마디 말과 두 개의 은촛대는 장 발장을 바꾸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본명: 샤를 프랑수아 뱅상 미리엘)는 장 발장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장면의 중심에 있다. 장 발장은 사회로부터 배척당하며 절망 속에 떠돌다가 주교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은혜를 저버리고 은그릇을 훔쳐 달아나다 체포되어 다시 주교 앞에 끌려오게 된다. 그때 미리엘 주교는 장 발장을 꾸짖는 대신, 오히려 경찰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내가 은식기를 줄 때 은촛대도 함께 준 것이었는데 왜 가져가지 않았소? 그것도 함께 드려야 했는데."

그리고 장 발장에게 다가가 조용히 이렇게 속삭였다.

"장 발장, 나는 당신을 악에서 구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선을 위해 이 은을 써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사탄에게서 구해 하나님께 돌려주었소."

정의가 그를 감옥에 가두었지만, 자비가 그를 다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한국 정치가 되새겨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법과 절차는 사회를 유지하지만, 자비와 용서는 그 사회를 사람답게 만든다.

또한 성서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이라는 무리 앞에서 예수는 말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그 말 한마디에 돌은 땅에 떨어졌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는 단지 종교적 교훈이 아니라, 법과 정의를 앞세우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윤리적 상상력이다. 정의는 기준이지만, 자비는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다.

진짜 법은 누군가의 살을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정치가 사람을 위한 것이고, 공동체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면, 필요한 것은 차가운 정의만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자비의 현대적 언어인 포용과 용서다. 포용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고, 용서는 과거의 잘못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이 두 가지가 정치 안에서 작동할 때, 법은 사람을 위한 틀이 되고, 정치는 미래를 위한 길이 될 수 있다.

베니스의 법정 앞에 선 대한민국

지금 이 나라는 베니스의 법정에 서 있다. 이 법정이 샤일록의 정의를 따를 것인가, 포샤의 포용을 따를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형국은 결국 살을 도려내려는 다수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정치가 권력 탈환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사로잡히면, 공동체 전체의 고통과 불안, 대립과 반목의 아픔을 껴안을 수 없다. 정치가 더 깊은 곳을 보지 못하면,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거나 정치에 맞서 분열하고 나라는 갈라진다.

이제 정치에는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이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분열된 현실 속에서도 대립을 줄이고, 반목을 끌어안으며, 치유를 향한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권력을 쥐는 것보다 마음을 얻는 정치, 절차를 장악하는 것보다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세계가 지금 이 나라를 지켜보고 있다. 수많은 외신과 세계시민이 목도하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훗날 역사가 묻고 후손이 평가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치인이 과연 누구일지를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정치가 단지 이념과 권력의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과 품격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이 외침은 한 정치학자의 절절한 바람이자, 민주주의를 믿고 지켜온 시민들의 애타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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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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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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