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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상) 법정에 갇힌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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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말, 법정에 갇힌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말이 사라진 정치에는 위기가 깃든다. 말로 풀 수 없는 정치는 결국 권력쟁탈전으로 터진다. 그리고 권력이 말을 대신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중요한 근거지를 잃는다. 2025년 대한민국, 우리는 그 잃어버린 정치를 목도했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고, 야당은 탄핵과 특검으로 무장했으며, 언론은 분노를 키웠고, 결국 광장은 외침으로 메워졌다. 말은 거칠어졌고, 이성은 실종되었다. 정치는 더 이상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응징의 무대가 되었다.

2024년 12월, 차가운 겨울 저녁에 떨어진 한 문장—'계엄령 선포'. 그것은 단지 정치적 조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민의 일상에 던져진 충격이었다. 도로엔 정적이 감돌았고, 국회 앞에 시민들은 빠르게 집결했다. 1970년대의 기억속에서 꺼집어 낸 긴급조치의 이름으로 공포가 일상에 스며들던 그때,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다시 멈출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직후, 속전속결로 모여든 국회의원들은 계엄해제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의 8표를 더해 야당은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성공했다. 야당의 무소불위의 힘은 무리한 구속까지 밀어 붙였고, 현직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구금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대행이 지명되자마자 또 다시 탄핵 소추안이 제출되었고, 두 번째 권한대행마저 위협을 가했다. 정치의 시계는 빠르게 돌았지만, 그 회전은 헌정의 안정이 아닌 위기의 회오리였다. 헌법재판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렸고, 민주주의는 법정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국민들은 긴장과 미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러는 사이, 불안은 일상을 잠식했고, 뒤척이는 밤은 길어졌다. 전 국민의 집단우울증과 분노증은 팬데믹보다 더 독하게 우리 가슴을 파고 들었다.

국민은 헌정의 운명을 정치가 아닌 사법의 손에 맡긴 채 조용히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은 고통이었고, 또 분노였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대통령인가, 국회인가, 한 정치인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간 대립과 분열의 정치문화인가. 국민은 아는데 정작 해야 할 사람들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 순간 탄핵은 더 이상 헌법의 최후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번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는 시작점이 되었고, 계엄은 국가를 지키는 장치가 아닌 정권을 지키기 위한 무기처럼 다뤄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MAGA'를 외치며 벌인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 생존을 건 지정학적 투쟁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을 그 시간, 대한민국의 국회는 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은 국가경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는 미래가 아닌 적대가 설계되고 있다. 탄핵은 전술이 되었고, 계엄은 전략이 되었으며, 정치는 대화가 아닌 응징의 도구로 전락했다. 국회는 말의 전쟁터가 되었고, '사형'이라는 단어로 위협했다. 법은 무기였고, 국회는 전장, 국민은 방청석에 앉은 피로한 관객이 되었다.

말의 전쟁, 토론의 실종

정치의 위기는 곧 말의 위기로 드러났다. 국회의사당은 더 이상 토론의 장소가 아니었다. 발언대는 합의와 설득의 장이 아니라, 정적을 겨누는 마이크의 포문이 되었다. 누군가는 상대당 의원에게 '이제 곧 구속될 사람'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당신 같은 사람은 국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상대방을 향한 말은 법과 제도의 토대 위에서 발화되기보다, 혐오와 적개심 위에서 흘러나왔다. 언급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은 자취만 남았지만, 그들의 표현은 국민의 마음에 멍처럼 남았다.

한 의원은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장관에게 "그 입 다물라"고 쏘아붙였고, 다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 정당 의원에게 손가락을 흔들며 비속어에 가까운 표현으로 몰아붙였다. 이런 표현은 단지 한순간의 격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 언어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회의록에는 '웅성웅성', '고성', '발언 중단 요청'이 반복되고, 정치는 점점 설득보다 감정의 호소와 전투의 양상으로 퇴행했다.

자극의 알고리즘, 진정성의 실종

말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짧고 강렬하게 가공되었고, 그 말은 TV 카메라와 유튜브 알고리즘에 적합한 방식으로 반복 소비되었다. 정치인의 말은 이제 '정책'이나 '비전'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고 쓰러뜨리는 데 동원되는 전술적 무기가 되었다. 그 말은 유권자의 판단을 이끄는 등불이 아니라, 분노를 부추기고 적개심을 증폭시키는 횃불이 되었다.

정치적 책임보다 정치적 조회수를, 진정성보다 충격을 중시하는 구조 속에서, 말은 점점 인간을 겨누는 언어가 되어갔다. 상대 정치인은 더 이상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죄악의 화신이 되었고,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살해야 할 적국의 병사로 간주되었다. 선을 넘는 말은 이제 하나의 전략이 되었고, 말이 칼이 되고 총이 되어 상대를 향해 쏘아졌다. 자극은 클릭을 낳고, 클릭은 권력을 만든다는 공식이 지배하면서, 정치 언어의 품격은 점점 더 저열해졌다. 그 결과, 국회는 설득의 장소가 아닌 혐오의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하편>에서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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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제거 후가 더 문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열흘 안에 결정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하고, 초기 단계의 제한적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란 정권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 이를 대체할 뚜렷한 세력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부를 겨냥한 군사 옵션을 선택할 경우 가장 큰 변수는 '그 이후'라고 지적했다.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더라도 누가 권력을 승계할지, 어떤 체제가 들어설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전 이란 고위 관리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 모흐센 사제가라는 "하메네이와 최고 지휘관들을 제거한다면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이란이 실패 국가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의회에서 복잡한 권력 이행 과정에서 미국이 협력할 상대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WSJ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와 현재를 대비했다. 당시에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라는 구심점 아래 국내외 세력이 결집했지만, 지금은 그에 상응하는 상징적 지도자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선거 부정 의혹, 여성 인권 문제, 경제 위기 등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반복돼왔다. 최근에도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위는 명확한 지도부나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반체제 세력 역시 단일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는 하메네이 제거를 위한 표적 공격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 내 정치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주목받는 해외 인사는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다. 그는 세속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지도자로 나설 뜻을 밝혔지만, 부친 통치 시절의 정치적 탄압과 사회적 불평등을 기억하는 이란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쿠르드족과 아제르바이잔족 등 소수 민족 사회에서는 중앙집권적 통치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좌파 성향의 이슬람계 반정부 단체 무자헤딘-에-할크(MEK)도 조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 기반이 강하고 과거 이라크와 협력한 전력 등으로 국내 지지는 제한적이다. 일부 중동 및 유럽 당국자들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보수 성향 인사들이 권력을 승계하거나, 오히려 더 강경한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등 강경 인물이 전면에 나설 경우 노선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1980년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유사한 점진적 개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슬람공화국 창시자의 손자인 세예드 알리 호메이니가 온건 성향 종교인들과 가까운 인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타격을 시작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란은 권력 공백과 내부 분열에 직면하거나, 반대로 더 강경한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wonjc6@newspim.com     2026-02-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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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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