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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건설 근로자 10명 중 3명 외국인...GS건설 'AI 번역기′로 품질·안전 잡는다

기사입력 : 2025년05월12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5월12일 06:00

GS건설, AI 번역기 '자이 보이스' 현장서 활용...외국인 근로자 소통 지원
안전 관련 주의사항·구체적 작업 방법 등 번역...안전·품질 문제 예방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한국말 잘 못해요. 하지만 인공지능(AI) 번역기 덕분에 건설현장에서 작업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요. 근로자 간 소통이 되니 사고 위험도 많이 낮아졌어요."

최근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GS건설 ′청계리버뷰자이′ 건설 현장. 베트남 다낭 출신 형틀목공 응웬 반 손(36)씨는 현장에서 어려움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잠시 멈칫했던 그가 입을 연 건 본사 직원이 뒤에 있는 화면에 AI 번역기를 띄운 후부터다. 기자가 한국말로 "현장에서 일하는 것에 있어 소통은 원할하냐"고 묻자 응웬씨는 "종종 힘든 상황이 있다. 한국에 일하러 온 베트남인들은 초기에 초급 한국어를 한두 달 정도 배우지만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이들은 10명 중 5명에 불과하다. 번역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GS건설 청계리버뷰자이 건설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025.04.29 blue99@newspim.com

12일 GS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AI 번역기 '자이보이스'를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자이보이스는 발화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텍스트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중국어, 베트남어, 힌디어 등 120여 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한국인 관리인이 안전 문제에 대한 주의와 작업 시 숙지사항을 전달하는 아침 조회 시간에 활용되고 있다. 대형 공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질 때는 근로자가 QR코드를 통해 관련 링크에 접속해 개인 핸드폰으로 강의자의 발언이 번역된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신기술 도입은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9만9817명이다. 전체 근로자(56만3644명) 중 차지하는 비중은 17.7%로 전년 동월(16.5%) 대비 1.2%p(포인트) 증가했다. 파악되지 않거나 불법체류 외국인을 더하면 실제 비중은 더 치솟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서울(26.1%), 인천(24.0%), 경기(23.1%)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건설 현장 인력 10명 중 2명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대의 건설업 기피가 외국인 근로자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다수 건설 현장에서는 '소통'이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인이 대다수인 현장 관리자와 한국어가 서툰 협력업체 근로자들 간 소통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 작업보다 임금이 많은 대신 높은 집중이 요구되는 형틀목공, 철근공 등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관리자의 지시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사 진행과 시공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골조업체 소속 소장 김모(57)씨는 "IMF 이후 건설 현장에 한국인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대신했다. 그래도 이 당시는 조선족 비율이 높아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며 "그러나 늘어난 중국인 근로자들이 그들 간 연대를 통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현장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근로자들이 증가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GS건설 청계리버뷰자이 건설 현장.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025.04.29 blue99@newspim.com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2023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건설업 사고 사망자 402명 중 47명(11.7%)이 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 인력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사고를 당하는 인원도 늘어난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 중에서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안전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한국산학기술학회는 지난해 '국내 외국인 건설근로자 안전교육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논문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출신국이 다양해짐에 따라 안전교육에서 지원하는 언어의 다양성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출신국 및 종교적, 교육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여 교육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서도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GS건설은 현장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시장에 출시된 번역기 상품이 아닌 자체 상품 출시를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 상품은 말을 하나의 언어로만 번역할 수 있는 단일 언어 대응 방식이 대다수다. 그러나 현장에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 근로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말을 동시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할 필요가 존재한다. GS건설은 이를 반영해 현장 맞춤형 번역기를 내놓은 것이다.

자이보이스 기획을 맡은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이진수씨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모델의 API(프로그램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게 해주는 인터페이스)를 끌어와 자이보이스 솔루션에 탑재해 사용한다"며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를 먼저 영어로 번역한 다음, 그 영어를 다시 다른 외국어로 번역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최초 자체 도입인 만큼, 타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자이 보이스를 살펴보러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이보이스가 발화자의 한국어 발언을 베트남어로 실시간으로 번역해 텍스트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025.04.29 blue99@newspim.com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의 반응이 뜨겁다. 소장 김씨는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8명은 한국어 소통이 어렵다. 유치원생을 대하듯 천천히 이야기해야 겨우 알아듣는 이들이 많다"며 "그런데 번역기를 통해 지시하니까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설 전문용어도 잘 알아듣고 끄덕인다. 인식과 번역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응웬씨는 "자이 보이스는 말을 90% 정도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 같다"며 "정확한 작업 방법, 안전 기준 등을 관리자가 알려줄 때 매일 자이 보이스 화면을 보고 있다. 명확한 숙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GS건설은 향후 외국인 노동자의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현재 내부적으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AI 번역기 도입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업계에 흔치 않은 AI 기술 실질 활용 행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관계자는 "자이보이스 외에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협업해 개발 중"이라며 "건설현장에서도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lue9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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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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