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아시아 벽 높아져... 더 강해져야"
윤정환 "K리그, 규정에 얽매일 필요 있나"
[서울=뉴스핌] 손지호 인턴기자 = 아시아 최고의 클럽팀 대항전에서 보인 동아시아팀들의 약세에 K리그 감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기준 현재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4강에 진출한 팀은 알힐랄, 알나스르, 알아흘리까지 사우디 프로리그 클럽이 세 자리를 차지했고, 일본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유일한 동아시아 클럽으로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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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26일 ACLE 8강전 경기 후 광주FC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C] 2025.04.28 thswlgh50@newspim.com |
동아시아 클럽들은 서아시아팀들과 합쳐진 8강부터 힘을 쓰지 못했다. 유일한 K리그1 생존팀이었던 광주FC는 알힐랄에 0-7로 대패했고 태국 강호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지난 시즌 ACL 준우승 팀인 일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도 힘없이 무너졌다.
이번 ACLE 무대에 K리그1 팀은 울산HD FC, 포항 스틸러스, 광주까지 총 3팀이 올랐다. 하지만 2024 K리그1 우승 팀인 울산과 2024 코리아컵 우승팀 포항은 ACLE 리그 스테이지에서 J리그, 중국 슈퍼리그, 동남아시아팀들과 경쟁에서 밀려 참담한 성적과 함께 일찍 대회를 마감했다.
광주FC의 첫 ACLE 여정은 뜨거웠으나 K리그의 한계도 분명했다. 자금을 바탕으로 압도적 전력을 만든 서아시아와 격차는 당분간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ACLE 진출을 하나의 목표로 두고 달리던 K리그 감독들도 마주한 현실에 고민이 깊어졌다.
올 시즌 K리그1 선두를 달리는 대전 황선홍 감독은 "아시아 벽이 더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수준 차이가 상당히 크다"라며 "그들과 경쟁하려면 K리그가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ACL을 많이 나가봤지만 예전하고는 확연하게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투자를 따라갈 수 없는 거니깐 고민을 해 봐야 한다"라며 "우리가 어떻게 해야 ACL에서 K리그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될 것 같다. 구단뿐만 아니라 연맹 등이 다 같이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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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2월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CLE 리그스테이지 7차전에 나선 포항 김종우(가운데). [사진=AFC] 2025.04.28 thswlgh50@newspim.com |
K리그 감독들은 국내 리그의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제한이 많은 것을 꼽았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그 예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수가 타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K리그1은 외국인 6명을 보유할 수 있고 그중 4명만 출전 가능하다. K리그2는 5명 보유에 4명 출전할 수 있다.
사우디 프로리그는 2024~2025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10명으로 늘렸고 경기에 출전 가능한 외국인 선수는 8명이다. J리그는 2019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경기 출전 선수 수만 제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년 전부터 외국인 보유 확대를 검토해왔으나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자국 선수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가대표 전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거론되나 프로리그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은 사우디 프로리그 사례로 분명히 알 수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윤정환 감독은 "아시아 정상을 노리려면 K리그가 여러 가지 규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와 더 좋은 곳을 바라본다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거 같다"며 "단순하게 돈만 많이 든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축구의 산업화를 바라봐야지 싶다"고 지적했다.
ACL 경험이 많은 제주 SK 김학범 감독은 K리그 팀의 전반적인 부진에 대해 "ACL은 점점 힘들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팀들은 외국인 쿼터를 다 풀어나갔다. 국가대표 선수도 후보로 있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담했다.
이어 "K리그는 규제를 다 풀어도 외국인 수급이 어렵다. 사우디는 돈이 많다.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조호르나 부리람이 다 빼가면 선수가 하나도 없다"라며 ACLE가 K리그 팀들에게 점차 어려운 무대가 될 거라 진단했다.
FC서울 김기동 감독은 "ACLE에서 원래 우리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동남아시아 팀들과 서아시아 팀들 모두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동남아 팀들, 서아시아팀들에 자국 선수가 몇 명이나 있나. 다국적 팀으로 봐야 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