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00만, 프로축구 300만 관중 시대, 프로스포츠 관중 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중심에 2030 MZ세대와 여성들이 있다고 진단한다. 대체 왜 스포츠 응원에 열광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일까. 뉴스핌이 그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서울=뉴스핌] 손지호, 남정훈 인턴기자 = 스포츠 '덕질' 문화를 두고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시선은 팬들의 관심과 참여가 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기 선수를 향한 과한 옹호와 '선수 개인'에게만 집중된 응원이 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갈등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상반된 두 시선에 대해 3명의 문화평론가와 스포츠 팬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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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뉴스핌] 손지호 인턴기자 =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앞에서 팬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2025.04.04 thswlgh50@newspim.com |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뉴스핌의 전화 통화에서 "과거에는 남성 위주로 스포츠를 많이 좋아했지만 경기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로 인해 여성들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되면 저변이 넓어져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스타를 내세우면 흥행에 매우 도움 된다. 그래서 산업의 특성상 스타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이미 덕질 문화가 젊은 사람들의 대표 문화가 됐는데 스포츠 산업에서도 전략적으로 스타를 내세우면 더 보편화되어 선수들이 대중 연예계 스타처럼 인기를 누리고, 팬들을 거니는 양상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스포츠 자체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데 있어 '덕질' 문화는 크게 기여한다"라며 "소비문화에서 '덕질'이 가진 힘이 세기 때문에 스포츠 속 문화를 부흥하는 데 일조한다는 측면에서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스포츠 팬들은 특정 선수 팬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경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팬 A씨는 "한 특정 선수를 지나치게 응원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잘생기고 스타성 있는 선수를 제치고 라인업에 올라온 선수가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면 질타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라고 밝혔다.
다른 팬들도 이와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20대 여성 B씨는 "스포츠 선수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아이돌처럼 선수들을 좋아하는 팬들을 보면 선수가 부진해도 '선수 기 죽이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마치 연예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선수도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팀 응원보다는 '선수 개인 팬질'로 바뀌게 된다면 스포츠 본연의 팀워크 응원 분위기가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감독의 철학과 맞지 않은 이유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의 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감독의 개인 SNS에 욕설과 비난을 서슴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선수의 팬덤이 강하게 형성된다면 같은 팀 내 선수 팬끼리 갈등이 생겨 내부 분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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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작년 6월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보기 위해 일부 팬들이 훈련장 앞에 자리를 맡아둔 모습. [사진=KBS 영상 캡처] 2025.04.11 thswlgh50@newspim.com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돌 문화에서 유래된 이른바 '알박기' 현상에 대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알박기'란 아이돌 팬덤 내에서 자리를 맡아 놓는 것을 의미한다. 줄 서는 것을 대신해서 자기 연락처를 적어 둔 종이를 자신이 줄 선 자리에 붙여 놓고 자기 자리를 주장하는 행위다.
작년 6월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오픈 트레이닝 현장에서 극성팬들이 선수들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 위해 행사 전날부터 자리를 맡아두는 일이 있었다. 이 행위로 피해를 보아 분노한 팬들은 "아이돌 문화 축구판에 가져오지 마라", "축구 선수를 아이돌 좋아하듯이 한다" 등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과도한 응원 문화로 선수들도 피해 볼 수 있다. 팬들이 과도하게 선수에게 집착하다 보면 경기력보다는 선수 외모, SNS 활동, 사생활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팬들이 숙소, 식당, 일정 등을 파악해 따라가다 보니 선수들은 사생팬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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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덕질'에 주로 사용하는 대포 카메라 이용 관람객 대상 안내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25.04.11 thswlgh50@newspim.com |
3년 차 여자 야구팬 C씨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람하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수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사생활 침해, 경기를 방해하는 과도한 응원 등은 항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떤 팬덤 내에 존재하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이라고 봐도 된다. 오픈 트레이닝을 관전하는 데에 대한 질서에 대한 거부감, 또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덕질' 문화는 스포츠 산업의 발전과 팬층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면서도 개인 선수에 대한 선을 넘는 팬 행동으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 프로스포츠 열풍 속 더 발전하기 위해선 팬들과 업계 모두 서로 존중하며 성숙한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