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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만 금융사고 '무한책임'..."책무구조도가 중징계 확대 수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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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에 CEO 등 임직원 내부통제 책무 적시
책무·제재 기준부터 책임 소재까지 모호…"실효성 의문"
금융권 안팎 "실질적 예방 위해 제재보다 예방에 중점"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를 중심으로 금융회사들이 금융사고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론을 명시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서 금융사고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됐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에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해 들고 온 특단의 대책이인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및 예방보다 단기적인 엄벌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책무구조도에는 CEO 등 임직원의 내부통제 책무가 적시돼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장까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를 중심으로 금융회사들이 금융사고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론을 명시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서 금융사고시 CEO에게 책임을 물릴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됐다. [사진=뉴스핌]

금융당국으로서는 지난해부터 많게는 수백억 대까지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책무와 제재 기준이 모호한 데다 사고 시 제재 대상이 되는 금융회사 쪽에 사실상 입증 책임까지 있어서다.

법무법인 지평 경영컨설팅센터가 전날(20일) 주최한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혁신' 포럼 자료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도입이 포함된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상 대표이사는 내부통제의 '전반적 집행 및 운영'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총괄적인 관리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제재 및 감면 조치는 위법행위 고려요소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같은 책무구조도는 영국의 금융감독청(FCA)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FCA는 임원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발생하면 이를 입증해야 한다. 반면 국내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누가 입증 책임을 지는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관련 학계 및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금융사와 CEO가 내부통제 총괄관리 의무를 다했다고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책무·제재 기준부터 입증 책임 소재까지 막연하다는 것이 금융권·법조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업무가 과중된다는 부담이 있지만, 온정주의가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국내 금융 환경 특성상 사고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가 직접 그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바람직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모호한 기준에 반해 CEO 등 금융회사 측에 큰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김미정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회사의 위법행위 발생 시 금융감독당국에서 위법행위의 중대성 및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됨에 따라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표이사 등 임원의 중징계 가능성이 증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장이 내부통제 관리 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가 확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 회장이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취소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엄벌이 아닌 예방을 목표로 책무구조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 투명한 내부통제 문화를 형성할 필요성이 크다. 지현정 스탠다드차타드 증권 준법감시인 이사는 "영국은 FCA가 최고책임자의 내부통제 관리 책무 위반에 대해 입증해야 하는데, 2019년 법 시행 후 5년간 공개한 제재사례는 총 2건뿐"이라며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른 CEO와 임원 제재보다는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의 내부통제 문화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짚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제재보다 예방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은 금융기관과 당국 모두에 적용된다"며 "금융기관에서는 내부통제 절차 강화가 동료 적발이 아닌 프로세스 개선에 있음을 명확히 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책무구조도 도입이 실질적인 금융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실무적 차원에서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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