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미국산 에너지·무기 구입 확대, 원전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 전망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오는 1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관세 및 이민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다른 미국 기업 임원들과의 회동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인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 무역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상품에 부과했던 일부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또한 트럼프 1기 당시 실패했던 미국과의 제한적인 무역 협정에 관해서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실제로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부 차관은 지난 7일 기자 회견에서 "두 정상이 만나 관세에 대한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미 '보복 관세 목록'에서 8개 품목을 제거했지만 20개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인도를 '무역에 있어 큰 악당'이라 지적하며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가운데, 인도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앞서 이달 1일 2025/26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예산안을 공개하며 현재 평균 13% 수준인 관세율을 11%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1600cc 이상의 엔진을 장착한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 관세를 50%에서 30%로 낮추고, 섬유 및 자동차 부품 등의 관세도 인하하기로 했다.
특히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관세 인하는 트럼프의 의중이 대거 반영된 조치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할리데이비슨에 부과된 100% 관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비난한 바 있다.
이달 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일부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대체 관세인 '농업인프라개발세(AIDC)'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새 회계연도부터 고급 자동차와 태양전지 등 32개 제품이 포함된 특별 리스트를 작성해 5~70%의 AIDC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당초 계획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 내 인도인 불법체류자도 주요 논의 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불법체류자를 대거 추방하고 있으며, 지난 5일 104명의 불법체류 인도인을 태운 미국 군용기가 인도에 도착했다.
인도는 미국의 반 이민 정책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정보기술(IT) 등 전문 기술 인력에 대한 H-1B 비자가 순조롭게 발급될 수 있도록 미국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인도-미국의 이주 및 이동성 협력 일환으로 양국은 불법 이민을 억제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에서 미국으로의 합법적 이민을 위한 더 많은 경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또한 전투기와 무인기 등 무기와 미국산 석유 구매 확대 의향을 전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취임 뒤 가진 모디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인도가 미국산 보안 장비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 더 이코노믹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모디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원전 협력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디 정부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원자로 공급에 GE 히타치 원자력·웨스팅하우스·프랑스 전력 공사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자력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미스리 차관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첨단 모듈형 원자로와 관련해 프랑스·미국과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몇 달 내에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는 트럼프 집권 2기 뒤 첫 방문이며, 모디 총리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네 번째 세계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집권 1기를 시작한 직후 모디 총리를 미국에 초대했고, 모디 총리는 그해 6월 미국을 방문했다.
모디 총리는 2년 뒤인 2019년 9월 미국을 한번 더 찾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던 당시, 휴스턴에서 열린 모디 총리의 대규모 집회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가해 두 사람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2020년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구자라트주(州) 아메다바드의 한 크리켓 경기장에서 10만여 명의 인도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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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20년 2월 24일 인도 아메다바드의 행사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