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 개혁이 가장 시급...국회와 권한 나눠야"
2025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변혁을 요구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 정치는 적대하고 증오하고 대립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 대통령은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됐다.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치 환경에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 못 하는 이는 없지만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은 늘 파행과 결렬이라는 늪에 빠졌다. 뉴스핌은 설문조사를 통해 22대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청취, 여야가 공감할 만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은 "한국 정치가 발전적 경쟁보다 퇴행적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제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6일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독주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라는 차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싣는 순서] - 2025 신년기획 '정치개혁'
1. 대한민국, 대변혁 변곡점에 서다
2. 개혁과제는…與 "선거제" vs 野 "검찰개혁"
3. 여야 "대통령제 중임제 개헌" 한목소리
4. 이원집정부제는 '글쎄'…대통령 권력 분산엔 '찬성'
5. 선거제도 개혁 어떻게…여 "병립형" vs 야 "준연동형"
6. 바람직한 공천제도…여야 "중앙공천 유지, 투명·공정성 강화"
7. 현실정치에 적합한 정당제는…여야 "3~4개 다당제가 적절"
8. 양원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여야 모두 '단원제' 선호
9. 선거연령 하향 부정적..."현행 만18세가 적합"
10. 필리버스터에 대한 의견은…"강화해야" vs "대체 방식 찾아야"
11. 일하는 국회 되려면…여야 "상시회 채택·국정감사 유지"
12. "특권 폐지·정당개혁·책임정치 필요…제도보다는 사람"
13. "대통령제 폐해에 공감대…중임제·비례대표 확대 의견"
14. 정대철 헌정회장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분권형으로 바꿔야"
헌정회는 "'탄핵 정국'은 개헌의 적기"라며 "'선(先) 개헌 후(後) 대통령선거'를 여야정협의체의 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권력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을 강조하면서 4년 중임 대통령제, 양원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 [사진=뉴스핌DB] |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진단하신다면
▲ 현재 한국 정치는 발전적 경쟁보다 퇴행적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처럼 보인다. 정치가 상실, 실종된 것 같다. 여야의 극한 대결은 정말 걱정스럽다. 국가 존망 위기로 보인다.
우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야당을 계속해서 불온 세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고 상생, 협치, 통합의 정치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진영논리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지역주의와 진영논리가 결합해 더욱 서로 이해가 어려워지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 야당 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을 만나서 경청하고 대화, 설득, 조정을 통해 상생, 협치의 정치를 펴야 한다.
- 한국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개혁 과제는
▲ 대통령제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독주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라는 차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헌정회는 분권형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이원집정부제)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역할과 기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권력의 균형추가 대통령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시정이 필요하다.
헌정회는 대통령과 국회의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과 내각의 균형을 위해 내각 불신임권을 의회에 부여했다. 또한 의회가 내각 불신임권을 남용하지 못하게 독일과 같이 건설적인 불신임권을 도입하면 좋겠다. 후임 총리를 국회 스스로 선출하고 난 다음에 불신임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 4년 중임제 개헌을 도입하면 대통령제의 폐해가 줄어들까
▲ 헌정회가 제시하는 개헌안은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반대통령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라는 두 개의 국민적 정당성을 병존하게 하는 것이다.
4년 중임제는 본질적인 요소는 아닌 것 같다. 다만 5년 단임제는 국정의 계속성 차원에서 너무 짧고, 중간평가조차 없는 제왕적 대통령으로는 너무 길다는 것이다. 대통령 장기 집권의 폐해를 시정하려고 채택한 5년 단임제는 8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4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그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본다. 이제는 대통령제의 전형인 4년 중임제로 갈 수밖에 없다. 4년 중임제가 되면 첫 4년 임기 후 중간평가를 맡아야 하는 재선을 거쳐야 하는 것만으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 효과가 클 것이다.
- 대통령 권한을 국무총리에 일부 이양하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역사적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는 이원집정부제의 실패로 인식할 수도 있으나 프랑스 제5공화국 등 이원집정부제를 실천하고 있는 각국의 헌정 실체는 성공한 모델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에서 권력의 축은 대통령과 정부(내각), 의회의 삼각구도로 이뤄진다. 유럽식 이원집정부제의 성공적인 정착은 바로 주권적 의사에 순응하는 권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 국회 양원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 양원제를 채택하면 상원은 광역선거구를 통한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하원은 인구 비례에 따른 다수대표제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독일식 비례대표제 중심 혼합선거제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양원제를 도입하면 국회의원 특권 등으로 가뜩이나 비판받는 국회가 더 비판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국회의 예산이나 규모는 확대하지 않으면 된다. 또 양원제를 도입하면 국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 문제는 오히려 양원제 도입으로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원은 국가 원로적 성격을 지니면서 원로급 인사들이 정파적 차원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양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최종적으로 하원이 결정권을 가지면 국정 지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양원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 제한, 견제, 이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흐르는 경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본다.
- 한국 정치 현실에 어떤 정당제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 이상적으로는 비례대표제가 바람직하고 그렇게 되면 다당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양당제가 바람직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영원한 숙제다. 우리나라는 아직 연립정부의 경험이 없다.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필연적으로 다당제가 출현할 텐데 그럼 연립정부가 구성돼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인 선거제도는 결국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문제가 될 것이다.
-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 양원제 채택 및 상원(참의원)에 대통령의 중요 인사 임명권에 대한 필수적인 청문회 개최권·임명 동의권을 줌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또 국회에 내각 불신임권을 줘서 불신임받으면 필수적으로 물러나게 해서 새로운 내각이 들어서게 함으로써 대통령제를 견제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국 정치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제도를 안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헌정 운용의 기본은 헌법상 정치제도로부터 비롯된다. 즉 사람보다는 제도가 우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도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 즉 정치 지도자의 역량과 리더십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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