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과반..."중임제 필요"
"정책 연속성·책임정치 실현에 도움"
"레임덕 발생 시 사실상 임기 3년으로 줄어드는 점은 우려"
2025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변혁을 요구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 정치는 적대하고 증오하고 대립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 대통령은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됐다.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치 환경에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 못 하는 이는 없지만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은 늘 파행과 결렬이라는 늪에 빠졌다. 뉴스핌은 설문조사를 통해 22대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청취, 여야가 공감할 만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현행 대통령제는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1987년 개헌을 통해 만들어졌다. 당시 민의를 왜곡하는 체육관 선거를 막고자 '직선제'를, 장기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현재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개헌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가진 갈등 요소를 없애야 한다"며 4년 중임제로의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우 의장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대통령 권력을 목표로 한 극한의 갈등과 대치가 의회를 넘어 광장으로, 정치인을 넘어 열성 지지자로 확장되고 있다. 5년 단임제의 갈등 요소를 없애고 정서적 극한 대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글싣는 순서] - 2025 신년기획 '정치개혁'
1. 대한민국, 대변혁 변곡점에 서다
2. 개혁과제는…與 "선거제" vs 野 "검찰개혁"
3. 여야 "대통령제 중임제 개헌"…한목소리
4. "이원집정부제는 '글쎄'…대통령 권력 분산엔 '찬성'"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22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의원들은 정당이나 선수 등에 관계없이 대체로 대통령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질문은 '1987년 헌법의 대통령 권한과 책무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제 개혁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를 골라달라'였고 답변은 객관식으로 ▲대통령 중임제 개헌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을 위한 부분개헌 ▲이원집정부제를 위한 개헌 ▲대통령 임명권 제한 등 권력 축소를 위한 관련법 개정 ▲기타 등이 제시됐다.
설문에 참여한 정당 가운데 진보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국민의힘 66.7% ▲더불어민주당 64.8% ▲조국혁신당 60% ▲개혁신당 50%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선택했다. 진보당 응답 의원은 중임제 개헌보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응답들은 대체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을 위한 부분개헌', '대통령 임명권 제한 등 권력 축소를 위한 관련법 개정' 등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택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 의원들이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항목을 택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국민의힘 6.1% ▲민주당 3.7% ▲조국혁신당 20%)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원집정부제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 요소를 결합한 제도로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지만 평상시에는 총리가 행정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의 권한만 지닌다.
선수별, 지역-비례별로 살펴봐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압도적이었다. ▲초선 65.9% ▲재선 61.5% ▲3선 50%▲5선 이상 100.0%였고, 4선에서는 중임제 개헌(33.3%)과 이원집정부제를 위한 개헌(33.3%)의 비율이 같았다. 지역구 의원은 65.1%가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비례대표 의원의 53.8%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진 질문인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위한 귀하의 생각을 간략하게 제시해달라'(주관식)는 내용에도 의원들은 대체로 비슷한 답변을 했다.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를 위해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현재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4년 중임제가 되면 대통령도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국민 뜻을 더 잘 살피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유권자들이 평가한 후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민주당 의원)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기프로젝트 추진 및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 재선을 위해 대통령이 임기 중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좀 더 직접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예산권, 감사권의 국회 이전도 함께 개헌 내용에 담아야 한다"(민주당 의원), "임명동의권을 장관급 임명직 공무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민주당 의원) 등이 그에 해당한다.
다만 중임제에 반대하는 의견 중에는 "재선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레임덕 현상으로 사실상 임기가 3년으로 제약돼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국민의힘 의원), "역사적으로 전반기 4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국민의힘 의원) 등의 우려가 있었다.
설문 기간을 기준(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전)으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총선·지선·대선이 1년마다 엇갈리는 사회·경제적 낭비를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임기에 대한 협의는 불가피하다. 국민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부분"(민주당 의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잦은 선거가 포퓰리즘을 유발할 수 있다"(국민의힘 의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