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국회 등 전문가 인터뷰②
'다양성 반영·승자 독식 타파' 비례대표 장점...의원 예산 확대엔 부정적
2025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변혁을 요구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 정치는 적대하고 증오하고 대립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 대통령은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됐다.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치 환경에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 못 하는 이는 없지만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은 늘 파행과 결렬이라는 늪에 빠졌다. 뉴스핌은 설문조사를 통해 22대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방향성을 청취, 여야가 공감할 만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신정인 기자 = 권력 구조 개헌은 정치개혁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제를 현행 5년에서 4년 중임제로 바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스핌이 만난 학계, 국회 등 다양한 현장의 전문가들은 4년 중임제가 이상적인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싣는 순서] - 2025 신년기획 '정치개혁'
1. 대한민국, 대변혁 변곡점에 서다
2. 개혁과제는…與 "선거제" vs 野 "검찰개혁"
3. 여야 "대통령제 중임제 개헌" 한목소리
4. 이원집정부제는 '글쎄'…대통령 권력 분산엔 '찬성'
5. 선거제도 개혁 어떻게…여 "병립형" vs 야 "준연동형"
6. 바람직한 공천제도…여야 "중앙공천 유지, 투명·공정성 강화"
7. 현실정치에 적합한 정당제는…여야 "3~4개 다당제가 적절"
8. 양원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여야 모두 '단원제' 선호
9. 선거연령 하향 부정적..."현행 만18세가 적합"
10. 필리버스터에 대한 의견은…"강화해야" vs "대체 방식 찾아야"
11. 일하는 국회 되려면…여야 "상시회 채택·국정감사 유지"
12. "특권 폐지·정당개혁·책임정치 필요…제도보다는 사람"
13. "대통령제 폐해에 공감대…중임제·비례대표 확대 의견"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4년 중임제는 4년 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5년 단임제의 대표적인 폐해가 '한번 하면 끝'이기 때문에 국민 눈치를 안 보지 않나"라며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얘기도 있는데 한국의 정치사 속에서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도는 대통령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4년 중임제의 단점으로 현행 5년 대통령제를 8년으로 늘리는 효과밖에 안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주장이 맞다는 근거도 없다. 제도는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무총리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형태인데 양복과 한복을 위아래로 입은 상황"이라며 "대통령제를 할 거면 러닝메이트로 정부통령제로 하는 게 더 낫다"고 부연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또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게 국민 주권의 측면에서 우리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본다"면서도 "현재의 단임제 대통령은 독재 정권에 대한 반성 때문에 나왔지만 나라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업무 파악에만 1년 정도가 걸리고 그다음 자기 사람들과 호흡 맞추는 데 2년, 총 3년이 흐르면 벌써 임기를 마칠 때가 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무책임제'를 '책임제로' 바꾸는 차원에서도 중임제가 맞다"고 덧붙였다.
황두영 작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나면서 촛불혁명으로 많은 권한이 있는 대통령을 지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완벽한 실패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나.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대통령을 통제할 방안이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배분하되 강제적으로 합의와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이 한 번 더 여론을 신경 써야 한다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5년 단임제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의원내각제가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제는 굉장히 중요한 민주적 유산이기 때문에 이원집정부제까지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원집정부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확 줄어들고 사실상 총리가 책임을 지는 형태"라고 했다.
다만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4년 중임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행정부에 있다. 우리나라는 행정부의 권한이 너무 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의 법안 발의권을 없애거나 감사원을 의회 소속 조직으로 바꾸는 등 행정부에 쏠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예산안도 기획재정부가 아닌 국회가 수립하고 의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4년 중임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이 길어질 경우 독재의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 소장은 "아직 우리나라는 권위주의의 DNA(유전자)가 있고, 강력한 중앙집권형 국가이기 때문에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등장할 경우 독재로 환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4년 중임제를 하려면 지금보다도 분권이 더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다양성 반영·승자 독식 타파' 비례대표 장점...의원 예산 확대엔 부정적
국회 개혁의 측면에서는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현재의 비례대표제도가 다양성을 반영하기보다는 당대표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유명무실한 구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최 소장은 "연동형은 실패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선거에서 기형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나. 깔끔하게 병립형으로 가되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원래 비례대표제는 내각제랑 짝을 이루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통령제에서는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중심으로 하되 비례성은 약간 늘리는 정도가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 의견을 밝히며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 국민 주권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에서는 의회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게 맞다. 의원 숫자도 늘리고 보좌진도 늘리는 등 이런저런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비례대표 수를 80~100석 가까이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신 대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회가 다원화됐고 승자 독식이 문화를 타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원 수도 늘려야 한다. 다만 의원 정수 확대에는 반발이 크니까 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도록 해야 한다. 예산은 그대로 하고 의원 정수를 늘린다고 하면 반대할 국민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반은 비례대표로 하고 절반은 중대선거구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현행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은 있어야 한다. 40석 안팎인 현재로서는 위성정당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소수 정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기능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비례 의석수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양원제에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에 매몰된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책임성 차원에서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사람들한테는 열심히 하지 않나. 국회의원과 평범한 사람들의 접점을 그나마 유지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홍 교수는 비례대표 제도를 없애고 양원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인구를 대변하는 건 하원이 맡되, 상원 의원들을 광역지자체별로 두 명씩 뽑아서 지역과 관련한 우선 심사권을 상원에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통일 시대에도 대비할 수 있다"며 "단원제로만 운영하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치를 하기 어렵다. 인구는 없는데 인프라만 잔뜩 유치하는 낭비가 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홍 교수는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선 "국회의원을 늘리고 싶으면 무보수 명예직으로 해야 한다. 아니면 지금보다 직원 수라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