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손모 씨 징역 6개월·집유 1년…"시세조종 알면서 편승"
전주 의혹 김건희 여사 검찰 수사 방향에도 영향 미칠 듯
권오수 전 회장 징역 3년·집유 4년…"범행 부인, 반성 안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전문 시세조종꾼(선수)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비슷하게 이번 사건의 '전주(錢主)' 의혹을 받는 손모 씨에 대해 항소심이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향후 김 여사의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억원,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하며 형을 일부 가중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3년·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9.12 leemario@newspim.com |
권 전 회장과 공모해 시세조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4억원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1차 시세조종 '주포(주식의 세력)'가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 씨였으나 2차 시세조종부터는 전 증권사 임직원 김모 씨로 변경됐다며 1차 시세조종 범행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2차 시세조종(2010년 10월 21일 이후) 범행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에게 도이치모터스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무죄 및 면소를 선고하고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 대해 "상장사 최대주주 겸 대표의 지위에 있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을 주도하고 주포를 섭외해 지시하는 한편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큰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아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질타했다.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추가한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나마 주포 김씨의 시세조종 사실을 알면서 이에 편승해 대출받은 자금 등으로 직접 운영하는 법인 명의, 배우자 명의 계좌를 이용,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했다"며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는 김씨의 요청을 수락해 주가하락를 방지하는 등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해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로 인해 선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도왔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적절한 매도시기를 놓쳐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선고 직후 '당시 김 여사와 친분이 없었나', '상고할 건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권 전 회장과 손씨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손씨의 시세조종 방조 혐의가 유죄로 판단됨에 따라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에 대한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은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와 최씨 명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여사의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김 여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 전 회장이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 사이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투자 자문사, 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코스닥 상장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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