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충전소당 203대 규모…LPG 대비 10배 부족
환경부, 충전소 중심 관리…충전기는 파악도 못해
차종 제한·과도한 불안감도 수소차 시대 걸림돌 지적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수소충전소가 다른 연료 충전소나 내연기관 주유소와 비교하면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가 177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소차 수나 국토 면적과 비교하면 충전소 1곳당 차량 203대씩, 568㎢ 반경을 담당하는 수준이다.
충전기가 아닌 충전소 위주로 충전인프라를 관리하는 환경부 방침에 전문가들은 탁상공론이라며 충전기 증설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종이 현대차 넥쏘 하나밖에 없고 수소연료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하게 형성됐다는 점도 수소차 확대의 걸림돌로 나타났다.
◆ 수소차 확대 가로막는 충전인프라…전국 수소충전소 177곳 불과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상업 운영 중인 전국 수소충전소는 177곳이다. 충전기 수는 328개지만 이는 시운전 및 일반인 이용이 제한된 연구용 등을 포함한 수치다.
지방자치단체별 충전소 수는 경기도가 30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18곳, 경남 17곳, 강원 13곳, 인천·충남 12곳, 전북·울산 11곳, 서울 10곳 등이었다.
충전소와 수소차 수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차량 203대가 충전소 1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소 1곳당 수소차 등록 대수가 많아 충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되는 지역은 부산(421)이 가장 심각했고 서울(327), 울산(263), 경기(260), 전북(225) 등이 뒤를 이었다(그래프 참고).
수소차 충전소는 다른 연료 주유소나 충전소 수와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LPG 충전소는 지난해 기준 1995곳이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올 6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를 1만931곳으로 집계했다. 전기차 충전기 수는 올 4월 말 기준 35만1433개였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소가 아닌 충전기 단위로 집계된다.
제주의 경우 유일한 수소충전소인 제주함덕충전소가 실증운전 단계에 있어 공식 통계상 충전소 수가 0곳으로 집계됐다. 현재 제주함덕충전소는 무상으로 운영되며, 올 10월경 상업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충전기는 비상업용 포함 평균적으로 차량 110대가 충전기 1개를 사용했다. 비상업용 충전기까지 집계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충전소 수의 경우 환경부가 공개를 거부해 지자체별 충전기당 수소차 비율은 파악할 수 없었다.
충전소 수와 행정구역 면적을 비교하면 전국 평균 충전소 1곳이 568㎢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별 충전소 1곳당 담당 면적을 보면 대전(60㎢)과 서울(61㎢), 광주(72㎢), 인천(89㎢), 울산(97㎢)이 낮은 수준으로 충전이 타 지자체보다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경북(2303㎢)과 전남(1766㎢), 강원(1295㎢) 등은 지자체 면적 대비 충전소 수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도 충전인프라 부족에 공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가 충전인프라가 좋아야 보급이 잘 되는 것처럼 수소차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서는 충전인프라 보급이 덜 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 환경부의 충전소 중심 인프라 관리에 전문가 "탁상공론…충전기 증설 병행해야"
현재 환경부는 충전기가 아닌 충전소 위주로 충전인프라를 관리한다. 상업 운영 충전기 수를 알기 위해서는 별도의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전기 수는 충전인프라 확충에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충전기 수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328개는) 실제 수소차 차주가 이용 가능한 상업 운영 충전기 수와는 차이가 있다"며 "최초 설치계획서에 있는 자료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기가 아닌 충전소 위주로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전소 보급이 아직 많이 돼 있지 않다"며 "충전기가 부족하면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한 것이지만, 현재는 주위에 충전소 자체가 없어 멀리 이동해 충전해야 하는 것이 더 불편하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주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전경 [사진=제주함덕그린수소충전소] 2024.07.24 sheep@newspim.com |
환경부는 또 "적합한 부지를 찾고 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는 과정 등을 고려하면 충전소 구축이 어렵고 증설은 크게 어렵지 않다"며 "정책적으로 봐서는 충전소 구축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단을 전문가들은 정면 반박한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충전소에 충전기가 몇 개 있는지 세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충전소가 600곳이 있어도 충전기가 하나씩이면 한번에 600대밖에 충전하지 못한다. 충전기가 2대씩이면 1200대 동시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소 수만 집계하는 것은 탁상공론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충전인프라 확충이 수소차 시대로 가느냐 마느냐를 좌우한다"며 "수소차 대비 충전소 및 충전기 몇 개가 몇 시까지 운영되는지를 토대로 평균 대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한된 차종·과도한 불안감·충전소 설치 규제도 수소차 시대 걸림돌
수소차 확산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은 '제한된 차종'이다.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국산 수소차가 현대차 넥쏘 1종에 불과해 수소차 선택지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넥쏘의 출고가는 6900~7200만원 선으로, 보조금 최소 3250만원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원 내외로 떨어진다. 이호근 교수는 "동급 전기차와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라면서도 "넥쏘 모델 하나뿐이고 후속 모델이 없어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넥쏘2 출시를 지속 연기했으나 최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불안감이 수소차 및 인프라 확대를 가로막는다고 입을 모았다. 수소차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큰 반면 수소차의 장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구매를 꺼리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화재사고는 종종 발생하지만 수소차는 보급 대수가 적은 점을 고려해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수소차 폭발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봤다.
현대차 관계자도 "수소충전소 폭발 우려 등 시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도 충전인프라 구축에 어려운 점"이라고 동의했다.
또 이 교수는 "현행 규정상 수소충전소와 주택 간 일정 거리 이상을 확보해야 해 적합한 부지를 찾기 어렵다"며 수소충전소 설치 규제 문제도 지적했다.
수리 부품 등 유지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수소차는 부품 비용이 비싼 편"이라면서도 "부품 비용은 규모의 경제와 맞물린다. 사용자가 많으면 비용이 내려가는데, 넥쏘 보급 대수가 적으니 부품도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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