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입찰시 금융지원 조건 요구하지 않아
추후 협상과정서 금융지원 논의 이어질수도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국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이번 원전 입찰에는 한국의 금융 지원 조건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원전 등 해외 인프라 입찰에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한국무역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금융지원도 패키지로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 체코 원전 입찰에선 체코 정부가 별도의 금융지원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체코 원전 수주 입찰 과정에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통한 한국측의 금융 지원 체결 의향서(LOI)는 작성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 인프라 경쟁 입찰시 금융조건을 반드시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원전 경쟁입찰에선 체코 정부에서 금융지원 조건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체코 정부의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내야하는 서류는 아니었지만 필요할 경우 금융지원을 할 의향은 있다는 정도의 서한은 나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체코 테믈린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4.07.18 biggerthanseoul@newspim.com |
원전 수출사업은 다른 발전사업 대비 수십조 규모의 대규모 재원 조달이 필요하고 건설 기간은 10년 이상이 소요돼 금융 구조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시에도 수출입은행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정책·민간 금융기관의 참여와 정교한 금융 지원 전략은 원전 수출에 있어 핵심 포인트로 꼽히지만 이번 체코 원전 수주의 경우 체코 정부측에서 별도의 금융지원 요청이 없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공기업 관계자 역시 금융지원 관련 "사전에 (패키지 입찰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18일 체코 원전 프로젝트 금융지원과 관련해 "1호기의 경우 한국 정부가 아니라 전적으로 체코 정부의 재원으로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전 건설시 체코가 한국으로부터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 직접 빌리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기준 체코의 국가 신용등급은 영국과 동일하고, 피치(Fitch) 기준으로는 한국, 영국, 프랑스와 신용등급이 동일하다.
다만 향후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금융지원 논의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경쟁입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시공 관련해서 수주한 것이고 보통 금융 지원 등 협상은 그 이후가 된다"며 "체코 정부와 협상하면서 금융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2022년 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정책·민간 금융기관과 해외 원전 수출사업 공동 금융지원 협력을 위한 '원전금융 팀코리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기업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6개 시중 은행도 함께 했다. 협약은 외국 원자력 프로젝트의 공동 자금 조달 분야에서 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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