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이 미국 반도체 다 가져가" 발언 여파
나스닥 선물 1% 넘게 밀려
일부 차익실현 진단도 나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개장 전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이 하락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이날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전체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8시 기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E-미니 S&P500 선물은 55.25포인트(0.97%) 하락한 5662.00, E-미니 다우 선물은 전장 대비 100.00포인트(0.24%) 내린 4만1155.00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E-미니 나스닥100 선물은 316.50포인트(1.54%) 밀린 2만281.50을 가리켰다.
개장 전 주가지수 선물은 반도체주 약세로 압박을 받고 있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3.89%, ASML과 TSMC는 각각 7.87%, 5.55%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별도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선 전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점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발언 전까지만 해도 9월 100%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던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이 확률이 약 98%로 내려갔다.
엔비디아.[사진=로이터 뉴스핌]2024.06.11 mj72284@newspim.com |
연준 위원들은 최근 점차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움직인다는 추가 확신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지표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서는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입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이 강세를 보인 만큼 이날 시장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레이드 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애널리스트는 "이번 랠리의 에너지가 다한 것 같다"면서 "이것은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바닥 다지기와 차익실현이 이뤄질 시점이 됐다는 것과도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도 계속해서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개장 전 실적을 내놓은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224억 달러로 시장조사기관 LSEG(옛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 223억 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 순익은 2.82달러로 이 역시 시장 전망치 2.70달러를 상회했다. 다만 존슨앤드존슨은 연간 주당 순익 전망치를 기존 10.60~10.75달러에서 10.00~10.10달로 하향 조정했다.
특징주를 보면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스위스 경쟁사 로슈의 비만 치료제의 초기 임상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소식에 3.57% 하락 중이다. 트럭 회사 헌트 트랜스포트 서비스의 주가는 2분기 순익 감소 소식에 2.89% 내렸으며 스피릿 항공은 2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5.70%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상승 중이다. 오전 8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1.1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77%를 기록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1.5bp 오른 4.474%를 가리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50% 내린 103.75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31% 상승한 1.0934달러, 달러/엔 환율은 1.16% 하락한 156.52엔을 각각 가리켰다.
국제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 상승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44센트(0.54%) 상승한 81.20달러를 가리켰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9월물은 28센트(0.33%) 오른 84.01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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