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지난 2월 정부의 의과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 사태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를 비롯해 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의대증원을 반대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19일 의대증원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의대생,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의대증원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사건의 재항고를 기각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소송이 시작될 때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의대증원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이 공공복리에 직접 미칠 것이란 판단을 해왔고, 이는 각 판결마다 이어졌다.
대법은 "피신청인 교육부 장관의 이 사건 증원배정 처분이 집행돼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입을 수 있는 손해에 비해 이 사건 증원배정 처분의 집행이 정지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대법 최종 판단이 나오면서 의료계는 의대증원 반대 동력을 사실상 잃게 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총파업 예고 등으로 '국민'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국민 속에는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가장 크게 자리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와 의사 탓에 괜한 욕을 얻어먹게 된 병원 근로자들도 국민이다. 의사 역시 당연히 국민이기 때문에 이번 대법 선고로 의사들은 자충수를 두게 된 꼴이다.
그럼에도 진료 현장에서 의료 공백 사태는 결론나지 않았다. 지난 17일부터 응급·중증·희귀질환 등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및 시술을 무기한 휴진한 서울대병원은 닷새만인 21일 이를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들도 무기한 휴진 계획을 유예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휴진 중단 시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정부는 불통이지만 우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전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큰 결정이고 존중받을 만하다.
반면, 의협은 오는 29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집단 휴진 등 향후 투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 출석해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의사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 사태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보건복지부 차관과 공무원들이 만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법은 누구의 편도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의 편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법부 판단이 나왔어도 정부가 이겼다고 보긴 어렵다. 그동안 발생한 전공의 미복귀 문제를 비롯해 환자 진료 지연, 병원 경영난, 보건의료직 채용 축소, 의료계 갈등, 의정갈등 등 과제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후폭풍을 정부가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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