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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허리 끊긴' 한국영화…1000만 못가면 100만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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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올 상반기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배출됐다. 하지만 고질적인 한국 영화계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또다시 심화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중박' 영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업계의 허리가 끊겼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지난 5월 29일 개봉한 강동원 주연의 영화 '설계자'는 개봉 2주차지만 누적 관객수가 48만명에 그치고 있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의 신작이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강동원 주연,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김신록, 정은채 등 베테랑 배우들이 나선 것 치고는 아쉬운 결과다.

양진영 문화부 차장

올 초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무서운 기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범죄도시4'가 그 바톤을 이어받으며 영화계에 반짝 기대감이 돌았다. 지난해 '서울의 봄'이 비수기 개봉에도 1000만 돌파에 성공하면서 '잘 만든 영화는 흥행한다'는 공식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게 주류 의견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1000만 영화가 아니라면 100만도 어려워진 현실을 마주한 업계 분위기는 침울하다. 올 초부터 개봉한 작품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크지 않았던 '소풍'과 '시민덕희' 정도다. '외계+인 2부' '도그데이즈' '댓글부대' 등 초호화 캐스팅과 유명 감독이 나선 작품부터 나름대로 주목받던 알짜 영화들이 줄줄이 실패, 어두운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계는 긴 침체기를 지나 다시 흥행작들을 배출하며 상승 궤도에 올랐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관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흥행과 비흥행의 극심한 양극화는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범죄도시4' 같은 시리즈 영화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 선호와 더불어 개봉주보다 점차 관객수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주행' 케이스가 늘어난 것도 코로나 후 달라진 극장가 풍경이다.

일각에선 '범죄도시4'의 흥행을 두고 영화관 독점, 시리즈물 우려먹기란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1000만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하는 영화 한 편이 영화관 독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박' 영화가 살아날 거란 보장도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결국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들고 이를 알리는 마케팅에 더욱 몰두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단 얘기다.

한 유명 배급사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 추석 명절에 영화계 전체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각 배급사마다 3~4편의 대규모 텐트폴 영화가 개봉한 가운데 가장 흥행한 작품이 300만을 넘긴 정도에 그쳤다. 전통적인 극장가 성수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 관계자는 "성수기 개봉작이나 아예 대규모 작품이 아니라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올인'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OTT 확장으로 판이 쪼그라든 탓에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 상황도 문제다. 10년 전의 주연 배우 원톱, 투톱 영화들이 쏟아지던 상황과 비교해 최근 A급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이 늘어나는 현상도 투자 위축 현상과 무관치 않다. 급격히 상승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들인 만큼 되돌려받을 수 없는 하이 리스크 시장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영화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전에 없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K무비의 명성이 드높은 가운데 현업 종사자들이 마주한 현실이 뼈아프다. 지속적인 K무비 발전과 확산을 위해 영화계의 허리를 받쳐주는 업계 환경 조성과 해외 판매 및 마케팅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다못해 '중박 영화 살리기'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우스갯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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