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여권으로 귀국 후 2011년 4억 분양사기 혐의
檢 "물가상승률 고려 없이 13년 전 편취액만 공탁"
권영만 "공소사실 모두 인정, 마지막 기회 달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위조 여권으로 신분을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공사 발주와 분양대행권을 빌미로 총 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권영만 전 경인방송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조민혁 판사는 10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 전 회장의 1차 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권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도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날 바로 결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액을 전액 공탁했으나 물가상승률 고려 없이 13년 전 편취한 금액만 공탁했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기죄로 구속기소돼 처벌받고 재차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이 사건 범행을 목적으로 위조 신분을 이용해 입국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고급 외제차를 몰며 호화 생활을 하면서도 13년 동안 피해를 변제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수사 당시와 달리 공판 단계에서는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고 있다"며 "피해액을 공탁해 전액 회수된 상황을 감안해 관대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불우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열심히 살겠다"며 "용서를 구한다. 죄송하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조 판사는 내달 21일 권 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열기로 했다.
권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9월 조선족 중국인 A씨의 위조여권을 이용해 신분을 가장한 뒤, 피해자에게 "로비 자금을 주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전기 통신공사를 발주해 주겠다"고 속여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12월 다른 피해자에게 A씨 행세를 하며 "용인 신갈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분양대행권을 주겠다"고 속여 3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권 전 회장은 2000년 허위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4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이듬해 호주로 도피했다. 그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위조여권 브로커를 통해 A씨 명의의 여권을 구입한 뒤 2010년 8월 귀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 전 회장은 소규모 법인을 300만원에 인수한 후 마치 대기업 모 그룹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법인 명의를 변경하고, 그 법인 회장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편취금 대부분을 카지노에서 도박 자금으로 탕진한 후 2012년 A씨의 신분으로 중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2014년 9월 다시 자신의 신분으로 귀국해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처벌을 받고 지난해 12월 경인방송 회장에 취임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