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천 잡음은 선거철마다 있는 예삿일이라지만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속한 이들이 너도나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하위 평가자임을 '커밍아웃'하는 건 이례적이다.
안팎으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데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떤 성토가 나와도 "윤석열 정부의 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단결해야 한다"는 대답뿐이다. 정권심판론조차 공허해지고 있다.
지혜진 정치부 기자 |
지도부의 위기관리가 아쉽다.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 현역 의원이 빠진 채 영입인재나 친명계 인사들을 넣은 여론조사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논란이 됐다. 당 지도부들은 출처를 '모른다'고만 일관하다가 전날 의원총회에서야 비로소 "대체로 당이 한 게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운용의 묘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비명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공천의 불공정성'은 좀 더 따져보더라도 민주당은 기술 점수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번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던 이소영·전재수·박정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에 반해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최민희 전 의원이나 조상호 변호사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
또 다른 친명 인사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서울 종로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전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다는 취지에서다. 출마 선언을 한 지 한달 만의 결정이다. 그럼에도 전 전 위원장을 두고 서울 종로·용산·동작을 등 곳곳에서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공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는 한동안 대응조차 안 했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중성동갑에서 선거 준비를 하던 임 전 실장은 최근에서야 당으로부터 송파갑으로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동안 중성동갑 지역구에서 들인 비용이 있는데 반발은 당연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가 무색하게 공천 절차가 거칠고 더디다. 미적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잊혀지는 건 '김건희 특검법'이요, 정권심판론이다. 당내 소통도 원활하지 못한데 어떻게 국민들이 민주당을 믿고 찍을 수 있겠는가.
쉬이 결단을 못내리는 건 신중함인가 무능인가. '정치인 이재명'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다.
'행정가 이재명'의 별명이 사이다였다는 게 잊힐 만큼 정치인 이재명은 조용하다. 대표의 측근들은 "누구라도 이 대표처럼 검찰한테 탈탈 털리면 사람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지만, 지금 그는 개인이 아니다. 당대표 직함을 달고 있다. 모두가 그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적절한가. 지금 민주당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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