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관전 포인트… 1·10대책, 신생아특례, GTX 및 철도·도로지하화사업 파급효과
3대 변수…'공사비 갈등', '전세가격', '금리 변화'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설 연휴가 되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 일가친척들과 근황부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있다면 정치와 부동산 얘기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둔 시기라 더욱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정치인들의 개발 공약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설 이후 집값의 향방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각 언론사 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집값 전망을 싣는 특집기사가 등장하는 이유다.
[성남=뉴스핌] 이형석 기자 =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leehs@newspim.com |
이들의 공통된 주장을 살펴보면 설 이후 부동산시장의 관전 포인트와 변수는 각각 3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첫번째와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정부의 1·10대책 및 신생아특례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미칠지 여부다.
1·10대책의 핵심은 각종 규제를 풀어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는 거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1기신도시특별법)을 포함한 재건축·재개발의 사실상 안전진단 폐지를 비롯해 비(非)아파트와 비(非)수도권의 미분양주택의 주택수 제외, 민간임대등록사업 활성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건설사 지원 등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규제완화책이 발표됐다. 그럼에도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앞서 부동산침체기를 겪고 있던 지난해 1·3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살아났던 분위기와 비교된다. 당시 1·3대책에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지구를 해제하고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폐지, 중도금대출 등 전반적으로 파급력이 강한 규제완화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의 시행이 시장 변화의 폭발력을 가져왔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아파트값 하락폭이 매주 축소되면서 서울의 경우 지난해 6월에는 13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고 전국 거래량역시 지난 5월 13개월 만에 7만 건을 다시 돌파했다. 전국 미분양 물량도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2월 7만가구대에서 9월 5만 가구대로 줄어드는 등 주택경기 지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1·10대책과 신생아특례에 대한 정책적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대책과 특례대출이 수요 전반의 파급력 보단 국지적이고 제한적 완화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설 연휴 전 기자간담회에서 피력한 바 있다. 박 장관은 "1·10대책의 후속조치는 77개가 있는 데 이 가운데 13개 과제가 실행됐고 11개 과제는 시행령 입법예고된 상태"라며 아직 대책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서 가격을 부추기거나 낮추는 정책은 '정부 리스크'를 키울 뿐이라며 그 같은 정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집값에 대해선 2022년 하반기 고점대비 85~90%로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하향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용 대책이냐는 비판을 함께 받았던 2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철도·도로 지하화사업 등 134조원을 쏟아 붓는 교통대책 발표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관전 포인트이다. 이 역시 부동산정책이다. 집값은 흔히들 '입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고 말한다. 그 입지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교통이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GTX 신규·연장 노선 가운데 정차역이 확실한 곳은 수혜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철도지하화사업에 따른 지상복합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은 집값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바람대로 시장 안정화로 가기엔 도처에 변수들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주된 변수들을 꼽자면 '공사비 갈등', '전세가격', '금리 변화'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공사비 갈등 문제는 주택공급의 가장 큰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주택공급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게 재건축·재개발이다. 이를 위해 1기신도시특별법을 통과시켰고 정비사업에서의 안전진단의 허들도 없앴다.
하지만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마련한 PF 지원 및 구조조정 등으로 건설사의 유동성에 숨통을 트여 인허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공사비 갈등에 대해선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조정과 예방을 제시했을 뿐 적극적 개입은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이 시공사의 입장을 들어주기엔 분담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데다, 결국 일반 분양가의 상승폭도 커져 사업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업 중단은 물론,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도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기 신도시 역시 공사비로 인한 분양가 상승 문제 때문에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목표했던 공급계획물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집값 불안의 변수가 된다.
또 다른 변수는 전셋값 불안 지속 여부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상승폭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서울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사기로 인한 아파트 쏠림현상과 비아파트의 인허가 감소는 이미 진행되는 사안이다. 특히 '임대차 3법'은 전세난과 역전세난을 번갈아 일으킨 수급불안의 주범임에도 정부는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해 폐지 공약을 실행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년 연속 대책을 내놓는 등 공급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공급물량 부족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된다면 전세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져 전셋값이 급등할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전셋값과 집값의 격차가 좁혀지게 되고 이는 또다시 '갭투자'를 유발시켜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 변수다. 미국발(發) 고금리 기조가 언제 꺾일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과 달리 늦어진다면 집값 뿐 만 아니라 수급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이겠지만 부동산시장에는 심리적 영향이 더 큰 변수로 다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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