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6명 중 28명 올해 말~내년 초 임기 종료
관례상 연임 확정, 최대 임기 도달 4명 그쳐
당국, 사외이사 권한 및 자격검증 강화 동시 요구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년 말 이후 본격 변화 전망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 이사회의 권한 확대와 함께 사외이사 자격검증 절차 강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거수기' 지적을 넘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성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 시스템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반영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책무구조도 등이 안착하는 내년말 이후가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KB금융 6명, 신한금융 9명, 하나금융 8명, 우리금융 6명, NH농협 7명 등 총 등 총 36명이다.
이중 올해말에서 내년초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는 28명으로 전체의 77%에 달한다. 명목상으로는 3/4이 넘는 사람들이 교체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 2년 임기 보장 후 1년 단위로 연임을 결정하는 사외이사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최대임기까지 보장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3.12.15 peterbreak22@newspim.com |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는 KB금융만 5년이며 나머지 4곳은 6년으로 동일하다. 내년초에 최대 임기에 도달, 교체가 확정된 사외이사는 KB금융 김경호 의장과 하나금융 김홍진 의장 및 양동훈, 허윤 이사 등 4명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이유로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면 교체폭은 10%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
사외이사 임기 문제는 금융당국에서도 거론했던 부분이다. 사외이사 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되도록 임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하지는 않기로 했다.
사외이사 선임 방식도 대대적인 변화를 어렵게 한다. 현재 5대 금융지주는 모두 현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개입을 차단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지금처럼 사외이사가 경영친화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경우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인물 추천이 어려워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발표한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안(모험관행)을 통해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외이사 선임 제도 정비도 요구하고 있다. 전문성이 검증되고 무엇보다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들을 선발하자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변화 요구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모험관행 자체가 강제성이 없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 등 절차적인 측면에서 즉각적인 반영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모범관행과 함께 '책무구조도'에서도 이사회의 금융사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대한 심의·의결사항 추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소위원회) 신설 등 책임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된 책무구조도는 내년 6월 시행 후 6개월 후인 내년말부터 은행 및 지주부터 순차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모범관행이 안착되고 책무구조도가 본격 적용되는 내년말 이후가 사외이사 제도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주 입장에서 어떤 변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정부방침 뿐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고 내부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