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규칙 개정령 다음달 말까지 입법예고
고소·고발 각하·진정 전환·공람후 종결 범위 확대
법무부 수사준칙 개정에 고소·고발 반려 폐지 후 조치
"국민 권익 보호 침해 우려" vs "수사력 집중으로 권익 보호"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이 무분별한 고소·고발 우려 해소를 위해 각하 요건 확대 등으로 대안 마련에 나선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경찰수사규칙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규칙 개정령에는 각하, 진정 전환 사유, 공람후 종결 확대가 추진된다. 각하는 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후 불송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규칙에서 각하 사유에는 ▲혐의없음이 명백해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동일사건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나 검찰의 불기소가 있던 경우 ▲고소·고발인이 출석에 응하지 않은 경우 ▲고발의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로 규정돼 있다.
개정령에는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자가 아닌 경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거나 고소를 취소했다가 다시 고소하는 경우 ▲수사에 관한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적은 경우 등이 추가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 [사진=뉴스핌DB] |
고소·고발 사건의 진정 사유도 확대된다. 진정은 고소·고발인 진술이나 고소·고발장 내용이 불분명하고 구체적 사실이 적시되지 않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바로 입건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입건여부를 정하는 절차다.
개정령에는 고소·고발이 본인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거나 동일한 사실에 관해 이중으로 고소, 고발하는 경우에도 진정으로 사건을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람종결은 단순한 의혹제기에 그쳐 마땅한 법적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건에 내려지는 처분이다. 개정령에는 ▲본인의사임이 불분명한 경우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 사실이 적시되지 않은 경우 ▲특정사건과 관련 없는 청원이나 정책건의 ▲동일 사실에 관한 고소·고발 ▲처벌 희망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등이 추가됐다.
경찰이 수사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고소·고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 접수 전에 이를 돌려보내는 반려제도가 폐지되며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는 내용의 법무부 수사준칙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영향으로 보인다.
수사준칙 개정은 국민의 고소·고발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이지만 연간 40만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있는 경찰 수사관의 업무 부담 증가와 고소·고발 남용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폐지됐으나 경찰 수사규칙 개정으로 각하 종결이 늘어나 준칙 개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내에서는 수사규칙 개정이 되더라도 국민의 고소·고발권이 침해되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줄어 수사관들의 수사 부담이 줄면서 원활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경찰에서 각하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사준칙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고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인한 수사 부담 증가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규칙 개정에 나선 것"이라면서 "수사가 필요한 고소·고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어 국민 권익보호와 고소·고발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