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조정 후 불송치 결정권 신설...내용 부실 논란
실제 사례와 범죄 유형별 분석 강화
수사준칙 개정 관련성에는 선그어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불송치 결정서 작성 지침을 개정했다. 결정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불송치 결정서 작성기법'을 개정 발간해 전국 시·도 경찰청 수사부서에 배포했다.
개정된 지침에는 주요 개념과 작성방법, 일반원칙 및 관련 법령등 이론적 부분 외에도 실제 경찰들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일선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범죄 유형에 관한 다양한 결정과 우수 작성 사례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또 실제 작성된 결정서 사례를 통해 잘된 사항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해 현장 경찰들이 불송치 사유결정서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권은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신설됐다.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한 뒤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로 사건을 종료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결정 후 7일 이내에 고소·고발인·피해자에게 불송치 결정서를 통지해야 하고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불송치 결정서를 놓고 변호사와 고소인, 고발인들은 불송치 사유가 적혀있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하게 적혀 있어 이의신청등에 어려움이 있다며 불만이 제기됐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불송치 이유를 고소·고발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알권리 침해라고 판단했고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고소·고발인에게 불송치 결정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통지하기로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도 있다보니 불송치 사유가 꼭 길게 제시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종종 사유서에 피고소인의 주장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그대로 적거나 이유가 명확치 않아 대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들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자료 수집을 시작으로 지난 5월 초안 작성을 마쳤고 이후 감수와 검토 및 내용 보완을 거쳐 개정 작업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시행되는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안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정안은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와 위법하거나 부당한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요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천을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반려는 고소·고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절차인데 반려제도가 폐지되면 경찰은 요건이 맞지 않더라도 우선 사건을 접수 후 불송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해야 하는만큼 불송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례도 늘어난만큼 이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해석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경찰의 책임 수사 강화와 불송치 사유서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불송치 결정서 작성 매뉴얼을 만들었으나 빠지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어 이를 개정한 것이며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된 부분은 없다"며 "사례들을 많이 포함시켜 일선 직원들이 이를 참고해 결정서 작성을 수월하게 함으로써 경찰과 검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