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 정보경찰 동원·불법 사찰 등 혐의
"유죄 인정되나 1심 실형 무거워"…집행유예 선고
이철성 전 청장·박화진 전 靑비서관 등 집유 유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반정부 인사들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23일 강 전 청장에게 제20대 총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1년2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강 전 청장에게 나머지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은 유지했다.
'선거 불법개입'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철성 전 경찰청장(당시 경찰청 차장)과 김상운 전 정보국장, 박기호 전 정보심의관, 박화진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전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는 1심과 같이 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울러 20대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면소로 판단한 1심 판결 역시 유지했다.
재판부는 강 전 청장 등이 경찰청 정보경찰관들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하게 한 뒤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배포한 행위에 대해 "정보경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통상적인 정보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성 내용이나 시점에 비춰볼 때 각 문건은 경찰의 통상 업무라는 형식을 빌려 특정 정당 후보자의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배포됐다"며 "선거에 비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점을 종합하면 원심의 유죄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 전 청장에 대해 "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도모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이미 이 사건으로 상당 기간 구속 수감된 점 등에 비춰 보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며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강 전 청장 등은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경찰청 정보경찰들을 동원해 '친박(親朴)계' 후보 당선을 위한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을 수립하고 지역별 선거동향을 수집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취합한 정보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실까지 보고됐고 총선에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2~2016년 일부 진보교육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등 대통령과 당시 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세력을 '좌파'로 규정해 불법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강 전 청장에게 20대 총선 관련 혐의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나머지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보석 취소로 인한 재구속은 하지 않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