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 중반대 유지, 취급비용 보전 취지
취약차주 부담완화 추진, 주담대 적용 계획 없어
가계대출 감소 효과 관건, 은행권 "실효성 검증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적용대상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차주들의 조기상환을 유도, 가계대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대출 3년 후 자동 면제되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폐지가 가계대출 감소 효과로 이어질지에 의구심을 표한다. 오히려 부분별한 '갈아타기'로 시장 혼선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스핌DB] |
중도상환수수료는 '약정 만기 전 대출금을 상환함에 따라 은행이 부담한 취급비용 등을 일부 보전하기 위해 수취하는 수수료'다. 14일 은행권 가계대출 기준, 최소 0%에서 최대 2% 구간을 형성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일부 인터넷전문은행만 수수료 면제 정책을 유지중이다.
상환금액이나 잔여만기 등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일괄 적용은 어렵지만 통상 1.5%를 평균값으로 잡고 있다. 주담대는 만기와 상관없이 초기 3년, 신용대출은 1년 기준 초기 9개월까지 수수료가 발생하고 그 이후에는 면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수료율을 1.5%로 가정하면 수수료는 '상환금액*1.5%*면제기간 대비 잔존기간'의 공식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면제기간 3년인 주담대 1억원을 1년만에 상환하면 수수료는 100만원이다.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거두는 수익은 적지 않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16개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약 9800억원으로 연간 3000억원을 상회한다.
여기에 지난 국정감사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기준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과 조기상환을 막는 걸림돌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되며 대대적인 개편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수수료 산정 합리성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르면 연말부터 취약차주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면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고금리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부담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까지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최근 1년동안 급증한 주담대가 가계대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수수료 면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증가한 주담대 규모는 34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25조9000억원보다 9조원 가량 많다. 기타 대출 감소세를 제외하고 주담대만 본다면 유례없는 '폭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연초 출시 예정인 주담대 대환대출 시스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수수료가 있다면 더 싼 이자로 '갈아타기'를 유도해 차주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당국 목표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취약차주 면제는 공감하지만 일반적인 주담대 상품까지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분별한 대출 갈아타기에 따른 시장 혼선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가계대출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30년 이상 상환계획을 잡고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출 초기에 목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기에 3년만 지나면 면제가 된다는 점에서 수수료가 부담이 돼 조기상환을 못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취약차주를 위한 면제 방안은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감소를 위해서는 수수료 면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규제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