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후 6개월 상환 시 신규 대출 가능
최대 500만원, 하나은행 재원 1조원 투입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하나은행이 경기 청년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며 연체이력이 있어도 채무상환 조정 후 6개월 이상 성실상환을 한 경우에는 신규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례적인 상황에 경기도 협력상품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경기도가 협약을 통해 출시한 '기회사다리금융통장'은 지난 20일부터 경기도 거주(3년 이상 연속 또는 합산 10년) 25~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접수를 시작했다.
[사진=하나은행] |
잔고가 있으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을 받으면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대출 겸용통장으로 대출한도는 최초 300만원이다. 1년 연장 시 신용점수가 유지되거나 상승하면 500만원까지 늘어난다.
나이와 거주 조건만 충족하면 소득이나 자산에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역시 김동연 도지사의 대표적인 청년공략정책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연체이력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경기도와 하나은행은 연체·부도·체납 정보가 없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채무조정 확정 후 6개월 이상 성실상환중인 사람은 신청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이 상품이 취약계층 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연체이력이 있는 경우 신규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채무조정 역시 아무리 성실납부를 하고 있더라도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출이 아닌 정책자금 등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경기도 거주 청년이면 연체이력이 있어도 제1금융권인 하나은행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 재원이 투입되서다. 연체 발생 시 경기도가 손실(원금+이자)을 보전하기는 하지만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대출금 전액을 하나은행이 투입한다는 점에서 지자체 예산에 기반한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가 있거나 채무조정 중인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대출이 불가능하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정부상품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나 정부 자금이 아닌 은행 재원을 활용하면서 연체 이력이 있는 대상에게 신규 대출을 해주는 경우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양측은 연내 6만명을 선정해 대출 3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최대 1조원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20만명까지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권에서 연체자 대출을 원천차단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청년인 경우에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도 예상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하는 경기도 정책 방향에 공감해 사업에 참여했다. 양측 협약으로 채무조정 성실상환자인 경우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햇살론15' 등 특례보증요건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