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거래일 하한가...여전히 고평가 'PER 80배'
[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의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시세조종(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구설수에 오른 영풍제지는 설립된지 50년만에 '생산 공장 전면 가동 중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연이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영풍제지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장으로부터 부분작업 중지명령서를 접수해 평택 공장의 생산을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영풍제지 평택 공장서 근로자 1명이 기계에 몸이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영풍제지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생산공정 특성에 따라 전면 가동 중지에 들어갔다"며 "안전조치를 완료한 후 지방노동 관서장의 확인을 받아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영풍제지는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영풍제지는 전면 생산 중단에 돌입한지 한 주가 지났음에도 생산재개 일정도 밝히지 못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사진=고용노동부] |
평택에 위치한 영풍제지 제2·3 공장은 화학섬유, 필름, 면사 등을 감는 데 사용하는 종이관의 원지인 지관용 원지(매출 비중 46%)와 골판지 상자용 라이너원지(54%)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영풍제지는 골판지 제조사 '태화피엔티'의 지분 100%를 15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영풍팩키지로 변경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이에 영풍제지는 수직 계열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했다.
영풍제지는 본업인 제지 사업을 통해 매년 꾸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해왔다. 제지 산업은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와 택배 산업 성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외부활동 감소 등 영향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영풍제지의 최근 3년간 매출은 981억원(2020년), 1206억원(2021년), 1054억원(2022년)을 기록했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꾸준한 실적 덕분에 2023년 상반기말 기준 영풍제지는 953억원의 이익잉여금(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을 쌓았다. 생산 공장 전면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는 배경이다. 이외에도 영풍제지는 현금성자산(94억원), 금융기관예치금(160억원), 매출채권(145억원) 등 기업의 유동성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단기금융자산을 약 400억원 가량 보유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생산 중단이 영풍제지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공장의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기존 고객사 이탈 등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영풍제지의 모회사 대양금속은 전날 영풍제지 주식의 담보권이 실행됐다고 공시했다. 담보권이 설정된 영풍제지 주식은 1479만1667주로, 전체 주식수의 31.82%에 달한다. 대양금속은 지난 2022년 11월 그로쓰제일호 사모펀드로부터 영풍제지 지분 45.00%를 취득했다. 대양금속의 최대 주주는 29.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양홀딩스컴퍼니이며,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이옥순 대표이사로 파악된다.
이날 영풍제지의 주가는 거래 재개 이후 5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면서 572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주가하락이 시작되기 전 2조2497억원(10월 17일)에서 약 2주만에 2659억원(11월 1일)으로 하락해 약 88%가 증발했다.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영풍제지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게 형성돼 있어 고밸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PER은 주가를 1주당 벌어들이는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6거래일(거래정지 직전 거래일 포함)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주가 수준에서 영풍제지의 PER은 80배를 나타냈다. 정상적인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던 최근 3년간 영풍제지의 PER이 16배~34배에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같은 제지 업종으로 분류되는 한솔제지(10.71배)와 해성산업(19.59배) 무림P&P(5.03배), 페이퍼코리아(6.51배) 등은 영풍제지보다 PER이 크게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영풍제지 로고. [사진=영풍제지] |
yo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