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사태' 겪고도 위험통제 기능 미작동 비판
영풍제지 미수금 4900억...상반기 순이익 넘는 규모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키움증권이 지난 4월 라덕연 사태에 이어 이번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리스크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세력의 창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영풍제지 하한가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고객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미수금 발생 내용을 공시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면서도 해당 액수가 커 중요 경영사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수금 4943억원은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최종 손실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수금중 상당 부분을 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손실금액을 KB증권은 2500억원, 삼성증권은 3500억원 등으로 추정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거래정지가 풀리고 거래가 이루어지며 반대매매가 종료된 이후 1차적인 예상 손실금액이 집계될 것"이라며 "이후 고객 변제 규모에 따라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당시를 참고하면 예상 손실액은 상당할 수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 재개 이후) 하한가 기록 횟수에 따라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할 경우 약 2000억원, 5거래일 연속의 경우 약 35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표=삼성증권] 2023.10.23 yunyun@newspim.com |
가장 큰 문제는 키움증권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 부재 및 내부 통제 이슈가 불거진 점이다. 증거금 관리 등 선제적 조치에 소홀함으로써 주가 조작의 빌미 제공, 투자자 피해 확대 등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영풍제지 주가는 올 들어 특별한 호재없이 700% 넘게 올랐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작전'이 의심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한국거래소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 하한가 사태가 발생 후 거래가 중단된 19일에야 100%로 올렸다.
더욱이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라덕연 사태,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이 주가조작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제도개선에 힘쓰는 한편 증권사 자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태로 실적 타격은 물론 회사 신뢰도 하락, 금융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제재 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올해 라덕연 사태와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신용거래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사태가 발생했다"며 "단순 손실 이슈 만이 아닌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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