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 1순위 마감 실패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 서울도 미계약 속출...고분양가 인식 확산
개발호재 부족한 지방 사업장, 청약미달·미계약 확산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아파트 청약시장에 고분양가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변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단지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후분양 확대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1년 새 1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원자잿값 상승이 주된 이유이지만 최근 나타난 집값 반등에 분양사업 주체인 정비사업 조합, 시행사가 분양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 잇따라 나오고 다.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 지역도 미계약이 늘고 있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금 증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수원·구미 등 이달 분양단지 1순위 마감 실패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된 신규 아파트들이 청약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가 완판에 실패했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213-10번지에 들어서는 단지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분양시장에 고분양가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일반공급 431가구(특별공급 제외) 중 절반 수준인 248가구가 미달했으며, 2순위 청약에서 잔여물량 완판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3개 주택형 중 2개 주택형이 미달했다.
고분양가 인식이 청약률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8억94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기본 및 유상 옵션 등을 포함하면 1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손에 쥘 수 있는 분양가다.
인근 신축 아파트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주변시세 대비 최소 2억~3억원 높다. 바로 옆 단지로 2009년 입주한 '서수원울트라참누리파크1단지'는 최근 거래가격이 4억원(전용 84㎡)이다. 현재 매도호가는 4억7000만~5억원이다. 1999년 입주한 '코오롱하늘채'는 최근 거래가격이 6억3000만원이며 매도호가가 6억원 안팎이다.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가 새 아파트라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시세를 감안할 때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평가가 있다. 물론 주변에 지하철, 대형병원 등 주거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날 청약한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도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일반분양 1327가구(특별공급 제외) 중 275가구가 미달했다. 5개 주택형 중 3개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1순위 경쟁이 높지 않을 경우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 계약률이 더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경북 구미시 도량동에 짓는 단지로 1350가구 규모다. 태영건설이 시행과 시공하는 사업이다.
이 단지도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대 4억6300만원이다. 기본적인 유상 옵션을 포함하면 5억원 안팎이 실제 분양가로인 셈이다. 단지 바로 옆에 조성돼 1997년 입주한 '원호한누리타운3단지'는 최고 거래가격이 1억7800만원이다. 2021년 입주한 '문성레이크자이'는 지난달 거래가격이 4억5000만원이다. 매도호가는 4억원부터 시작한다.
◆ '관망세 확산' 지방 사업장, 청약미달·미계약 증가 불가피
고분양가 인식이 확산하고 집값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지역도 당첨 포기자가 늘면서 100% 조기 완판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분양해 평균 청약경쟁률 25.2대 1을 기록했던 호반써밋개봉은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며 약 40%에 달하는 72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아파트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일반분양(771가구) 중 절반 이상이 잔여물량으로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 경쟁률 및 계약률이 부진한 단지는 주변시세와 비교해 가격 메리트 높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 등의 개발호재가 부족한 지역은 더욱 그렇다. 집값 불확실성에 관망세가 다시 확산하고 있고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를 대폭 낮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분양 주택이 다시 늘어날 공산이 있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 거래가 늘어난 반면 분양가가 전년대비 평균 14% 상승하면서 신축 아파트의 공급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지방 입지에 개발호재가 부족한 사업장은 청약률 부진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