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숨 안쉰다고 보고하자 이경우가 암매장 지시
황대한 "구덩이 파서 시각적 공포 주려고 했던 것"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지난 3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당의 범행 경위가 법정에서 상세히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4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이경우 씨(왼쪽부터)와 황대한 씨, 연지호 씨가 4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범행을 직접 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대한은 "피해자에게 마취제 성분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두 번 놓았는데 이후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았고, 숨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황대한은 처음 강남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차에 태운 뒤 그를 기절시키기 위해 목을 졸랐는데 기절하지 않자 이경우의 지시대로 피해자에게 주사를 놓았다고 했다. 이후 대전에 있는 대청댐 인근 야산으로 이동해 이경우가 피해자의 코인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는 과정에 피해자에게 재차 주사를 놓았다고 했다.
황대한은 "피해자의 승모근 쪽에 주사를 놓은 것은 이경우가 그쪽에 놓으라고 해서 그런 것이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네"라고 인정했다. 황대한은 승모근에 이어 피해자의 허벅지에도 마취제 주사를 놓았다.
그는 약 30~40분 정도 지나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 돌아갔는데 피해자가 깨어나지 않고 숨을 쉬지도 않자, 이경우에게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고 이경우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묻으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이 "주사기를 두번 놓았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황대한은 "그렇다"고 했다. "몇대의 주사를 놓았다는 말은 왜 한 것이냐"는 질문에 황대한은 "이경우가 먼저 물어봤다"면서 "주사를 과다하게 넣으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경우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경우가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몸을 결박하기 위해 사용한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 등을 모두 제거한 다음 암매장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황대한은 "만약 이경우가 얼만큼 주사를 놓아야 하는지, 이게 마약이고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면 주사를 놓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은 이경우의 지시대로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공범 연지호는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부터 야산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애초에 피해자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려고 계획했던 것이 아니냐. 그렇지 않으면 땅은 왜 파고 있었던 것이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황대한은 "처음부터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면서 "구덩이를 파서 피해자에게 시각적인 공포를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면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피해자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냐"는 질문에 황대한은 "어딘가에 던져놓고 도망가려고 했었다. 옷에 택시비를 넣어서 타게 한다거나, 요양병원 등에 던져놓고 도망갈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는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45분경 서울 강남구 소재 피해자 주거지 인근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뒤 마취제 중독으로 살해하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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