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어제 봤던 핏자국이 계속 생각나서 밤새 뒤척였어요. '진짜 일어난 일이 맞나' 안 믿기고..."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지 13일 만인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 난동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경찰들이 사건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3.08.03 dosong@newspim.com |
사건 직후 서현역을 지나갔다는 직장인 이모(28) 씨는 4일 "사람들이 몰려있고 어수선해서 가보니 바닥에 피가 잔뜩 굳어있었다"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당분간은 근처도 안 갈 것 같다"고 호소했다.
특히 두 사건 모두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발생하면서 다중이용시설·다중밀집지역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림역 사건은 4번 출구 인근 길거리에서, 서현역 사건은 역과 통로로 연결돼있는 AK플라자 1, 2층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났다.
대학생 신서은(22) 씨는 "더이상 사람이 많은 곳도 안전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이번 주말에 지인들과 같이 백화점에 갈 예정이었는데 찜찜한 마음에 취소했다"고 했다.
이달 중순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계획했다는 직장인 김모(48) 씨도 "당장 아내랑 아이들이 너무 불안해해서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할지 고민 중"이라며 "성수기라 어디든 다 사람이 몰릴텐데 마음 편히 놀진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건 당시 서현역 사진을 올린 작성자 A씨는 "유동 인구는 좀 많은 동네여도 평화로운 곳이라 큰 사건 사고도 거의 안 나는 곳인데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니까 더욱 충격"이라며 "신림역 사건 때도 별 생각 안들었는데 내가 사는 곳에 이런 일이 생기니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적었다.
전문가는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운 범죄인 만큼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도 각자 주의를 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회에 분노나 불만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사람들이 언제 폭발할지 예상하고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민들 입장에선 개방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지다보니 '더이상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대중교통 시설이나 백화점, 시장 등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몰릴 수 있는 장소는 가능한 조심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주변에 이상한 조짐이 있는 사람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현장을 피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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