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시에 집중된 지하차도...배수 기준 일반도로보다 낮아
자동 차단 시설 구축 필요...지자체장 조치 사항 제대로 이행해야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폭우로 인해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자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청주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 오송읍 궁평 제2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폭우로 인한 지하차도 사고는 이전에도 발생했었다. 2018년 8월에는 경기 김포시 운양동에 장기지하차도에서 시간당 최대 85mm 강한 비가 내렸으나 지하차도 내 침수로 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차량 9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는 시간당 최대 81.6mm 집중호우로 차량들이 갇히면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 및 장비들이 16일 오전 수색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지하차도는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다보니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 설치돼 있다. 감사원이 2019년 3월 공개한 '대도시권 지하차도 안전 관리 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공용 중인 지하차도는 687개이며 이 중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575개가 집중돼 있어 전체 83.7%를 차지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 규모가 클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는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감사원이 설계도를 확보한 곳 81곳 중에서 44곳의 배수 설계 기준이 일반도로 기준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2021년부터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원격 차단장치 설치, 상황전파시스템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또 다시 참사는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는 자동 차단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 곳 외에도 여러 지하차도에는 자동 차단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는 폭우 등에 대비해 지하차도 자동 차단 시스템 뿐 아니라 내부 대피 시설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미국은 지하차도 내에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별도 통로와 에어포켓 등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지하차도에 자동차단시설과 함께 비상시 급히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우회로 등을 설치해 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우 등으로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감지해 차도를 차단하는 자동차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집중호우처럼 물이 갑작스럽게 들어오면 배수시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사전에 자동차단 시스템을 통해 차량 통행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지하차도 관리는 지자체 소관인데도 혼선을 빚는 부분이 있었는데 책임 주체와 담당자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긴급상황 발생시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으로 정해진 조치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을 경우 시민들에게 대피명령, 통행제한, 응급조치 등을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학교 교수)은 "지자체장이 취해야 하는 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안전 시설 설치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법으로 정해진 재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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