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설투자 25% 세액공제…세제혜택 파격
대기업 10곳 중 8곳은 "하반기 투자 확대 없다"
약발 안 받는 정부 대책…투자전략 재검토 필요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가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늘렸지만 하반기 투자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이 대다수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대폭 올렸다.
여기에 직전 3년 대비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p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해, 대기업 기준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확대됐다.
◆ 대기업 10곳 중 8곳은 "투자 확대 않을 것"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세제 혜택 조치를 내놓은 것은 기업들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고 반도체처럼 경제·안보적 가치가 높은 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올해 기업들 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주요국들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처다.
[자료=기획재정부] 2023.03.14 jsh@newspim.com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투자 반등을 기대할 요인은 요원하다.
전국경제인엽합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매출 500대 기업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이 경기 악화로 올해 하반기 투자규모를 상반기보다 늘리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15%에 그쳤다.
투자세액공제가 가장 확실한 투자 활성화 유인책이라고 했던 정부 부장과 달리, 하반기 투자 반등 효과를 우려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반도체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며 중장기적으로 세원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현재 세수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점이다.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4월 기준 역대 최대의 세수 감소폭으로 진도율(33.5%) 또한 정부가 관련 수치를 보유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금이 걷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38조5000억원 부족하다.
시설투자 세금 감면 조치가 올해 세수에는 영향이 미미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세입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 조치로 내년 3조원 규모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약발 안 받는 조특법…감세 조치 재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처럼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는 경기와 연동되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의 설문 결과를 보더라도 기업들은 하반기 투자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글로벌 경기 둔화(28.4%)'를 꼽았다.
광양항 전경. [사진=여수광양항만공사] |
특히 반도체의 경우 미중 패권경쟁 등 지정학적 요인과 반도체 시장 상황 등이 투자 결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산업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산업 유치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으로 이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예상됐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지금 투자를 안 하는 게 세금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며 "중요한 건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어느쪽 위치에 설 것인가이고 이는 정부가 통상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규 투자'에만 한정해 세금을 깎아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새롭게 투자를 늘린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이 이뤄져야 투자 확대 효과가 나타나는데, 기존 투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여주다 보니 투자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 조치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신규투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깎아줬어야 했다"며 "기존 투자까지 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수만 줄어든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투자 세액공제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유인책이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축이 되도록 외교 노력을 펼쳐야 하는데, 지금 아시아쪽은 일본이 이를 주도하려는 상황"이라며 "그런 노력 없이 반도체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빠르고 강한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민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12년 만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재도입해 더 많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제부총리-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6.20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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