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중계 플랫폼 출시 본격화
수수료 받고 은행 등 금융사 판매 대행
은행권 "시장 선점 네카오 압도적으로 유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상품 비교(중계) 서비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들이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막대한 인프라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수익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들이 이들의 수수료 장사만 도와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심사를 통과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은 오는 3분기 중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KB국민·우리·하나·신한·NH농협은행 본점. (사진=각사) |
지난 21일 신규 혁신서비스로 선정된 카카오페이 또한 3분기 이후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변수가 없다면 올해가 가기 전 '네카오(네이버+카카오)'발 금융상품 중계 플랫폼이 등장하는 셈이다.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는 여러 금융회사의 예적금 및 대출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교하고 선택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지난 21일 신한은행이 최초로 공개하며 첫 선을 보였다. 자사 모바일앱(쏠)에서 타사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이를 통해 고객이 해당 상품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플랫폼 특성상 가입자와 방문객이 많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진 인프라를 은행들이 따라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월간활성화이용자(MAU)는 각각 2300만명과 1700만명에 달한다.
반면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5대은행 모바일 플랫폼 MAU는 KB국민 1215만, 신한 945만, 우리 713만, 하나 562만, NH농협 346만명으로 집계됐다. 네카오와 최대 2000만에서 최소 500만명까지 차이가 난다.
여기에 양대 기업이 이미 금융상품은 물론, 증권과 부동산 및 개인자산까지 연동하는 '종합자산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각각 4000만명과 3150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네카오 금융상품 중계 플랫폼이 출시되면 시중은행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 도합 7000만 가입자와 4000만 MAU를 가진 시장을 포기할 경우 고객유치 경쟁에서 순식간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 로고. [사진=네이버·카카오] |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달시장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주문을 했지만 '배달의민족'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독점으로 넘어갔다. 가입자가 많으니 음식점은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배달앱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네카오를 통해 쇼핑을 하고 주문을 하는 문화가 정착된 상황에서 금융상품까지 이들이 중계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 않겠는가. 요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수수료가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네카오에 앞서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출시한 신한은행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50개가 넘는 상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을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수료를 내고 참여하기에는 신한 플랫폼의 파급력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 경쟁은행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간 연합을 통해 대응은 은행간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의 수수료만 키워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정부가 운영하는 중계 플랫폼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네카오 영향력을 감안하면 유사 서비스를 준비중인 카드사나 스타트업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카오측은 서비스도 출시되기 전 독점 문제를 언급하는 건 지나친 우려라는 반응이다. 또한 수수료 수익이 커진다는 건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이 유입된 은행들의 신규 매출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공생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