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성폭행범 혀 깨문 사건
법원, 징역 10개월에 집유 2년 선고
재심 청구 두차례 기각…대법 판단 남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59년 전 성폭행범의 혀를 깨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말자(77) 씨가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대법원의 인용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는 최씨 측이 제출한 증거의 실효성이 낮고 청구 사유가 명백하지 않아 재심 개시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는 1964년 집을 나서던 중 일면식이 없던 노모 씨가 접근해 성폭행을 시도하자 실랑이 끝에 그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켰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지난 5월 31일 최말자 씨 측이 대법원 앞에서 재심 인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6.01 sykim@newspim.com |
중상해죄로 기소된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노씨의 상해가 영구적이고 최씨가 노씨와 일정시간 동행한 점을 이유로 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사건이 세간에 다시 알려진 것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최씨가 법원을 상대로 해당 판결의 재심을 청구하면서다.
재판부는 "확정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나 당시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증명할 증인이 나오지 않는 한 재심은 이뤄지기 어렵다"며 청구를 두 차례 기각했다. 최씨는 항고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최씨의 재심 청구를 인용하려면 새로 제출된 증거의 실효성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고 봤다. 최씨 측 변호인은 재심 근거로 노씨가 사건 이후 병역신체 검사를 통과해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점과, 상해를 입은 이후에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는 이웃들의 증언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해당 사실이 유의미한 근거가 되기엔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도윤 인천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는 "신체 손상과 기능적 노동 능력은 다른 문제"라며 "월남전 파병 사실 자체가 노씨의 피해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법정에서 다루지 않은 이웃의 증언은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심 청구 사유의 명백성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원판결에 제시된 증거가 위·변조 되거나 판결에 관여한 법조 관계자가 직무관련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리고 확정 판결에 의해 무고가 증명됐을 때를 재심 청구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재심을 청구하려면 판결에 사실 인정을 둘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나와야 한다"며 "당시의 판단이 역사적인 시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번복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 또한 "재심 사유가 적절하지 않아 법원에서도 고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 측은 전날 대법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뒤 최씨 본인과 친지 20명의 자필 탄원서와 1만5685장의 서명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씨는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서 "모든 재판에서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냐"며 부산지법의 재심청구 기각을 비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며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은 평생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저를 따라다녔고, 매일이 억울함과 분노의 시간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 사건의 재심을 다시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만 여성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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