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장치에서 나온 오존 탓에 사과 갈변
사과 주인, 장치 판매자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1·2심 원고 승소…"판매자 고지 의무 위반은 아냐"
대법 "고지 의무 충실히 이행 안 해…다시 심리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법원은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해 위법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사과 농사를 짓는 A씨는 2019년 10월 B씨로부터 사과의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장치를 구입해 저온창고에 사과 1900상자를 보관했다. 2020년 1월경 사과 중 일부에서 갈변과 함몰증상이 나타났는데, 장치에서 발생한 오존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가 장치를 판매하면서 오존 발생 가능성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8700여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장치 사용설명서에는 저장 작물의 종류에 따라 작동 시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작동방법 기재가 없어 피고가 고지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치는 2019년 11월 9일~ 2020년 4월 23일 가동됐고, 감정 절차로 인해 원고는 2020년 7월 3일까지 사과를 이 사건 창고에 보관했다"며 "피고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상태는 이 사건 창고에 저장된 사과를 판매하고 폐기할 때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보아 2020년 7월 3일이 결과 발생시점으로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2심은 B씨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지의무는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설명서에 잘못된 시간 설정으로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고 피고가 직접 시간을 설정해 주는 이상, 피고에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악결과까지 예상해 이를 설명해 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같은 판결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의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고, 작동시간을 적정하게 설정하지 못한 과실만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 원고는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원고의 창고와 사과에 적합한 장치 작동시간 및 구체적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 등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요건 사실 등이 포함된 주장을 했다"며 "제조물 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과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에 대해서도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원고가 판매 가능한 사과를 매각한 시점에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액 역시 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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