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찌른 뒤 증거인멸 위해 방화 시도
"범행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죄질 불량"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도둑질하다 70대 노인을 살해한 중학생이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강도살인,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기소된 A군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군은 거제시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으로, 지난해 2월 새벽 돈을 훔쳐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B씨(74·여)의 열려 있는 창고 문을 통해 그의 집 안으로 침입했다.
A군은 찬장, 서랍장에서 금품을 찾던 중 자고 있던 B씨가 잠에서 깨 본인을 붙잡자, 거실 테이블에 있던 사기 재질의 화분 2개를 순차적으로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로 인해 B씨가 들고 있던 과도를 떨어뜨리자 A군은 과도를 집어 B씨의 골반 부위를 한 차례 찌르기도 했다.
이후 B씨가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며 대문 밖으로 도망가자 A군은 그를 따라가 다리를 붙잡아 다시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A군은 본인의 얼굴을 알아본 B씨가 신고하면 검거될 것을 우려해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누워있던 B씨의 위에 옷을 놓고 불을 붙였으나 B씨가 손으로 불을 꺼 미수에 그쳤다.
이에 A군은 주방에 있던 식칼을 들고 와 B씨의 팔과 턱부위를 향해 휘둘렀고, 혈관 외상 등 상해를 입은 B씨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약 2주 뒤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1심은 A군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군은 소년이고 전과가 없으며,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을 당하는 등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살인은 가장 존엄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서 그 결과가 참혹하고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며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사망 직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심도 A군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는 있으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