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활성화 시기…인력양성 이뤄져야 할 때
현 정부, '인력양성' 주요 아젠다로 내세워
마이스터대 패러다임 바꿀 것 '기대'
숫자 강조하는 건 우려…"양보단 질 챙겨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바이오산업의 성장 단계를 고려하면 지금이 인력양성을 할 적기다. 현 정부가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거 같다."
경기 성남시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뉴스핌과 만난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정부의 바이오 정책 의제설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대담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디지털바이오 이니셔티브(가칭)'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도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개발하고 의료기기 수출액을 2배 이상 늘리겠다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보고하기도 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 |
그중에서도 현 정부가 유독 주시하는 의제는 '바이오 인력양성'이다. 그 이전까지 정부에서는 바이오 인력양성을 중요한 아젠다로 꼽지 않았다. 하지만 방미 경제사절단에서는 바이오 융합인력양성이,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에서는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 도입 등 첨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주요 안건으로 꼽히기도 했다.
손 본부장은 정부의 노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을 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해외와의 교류 및 국내에서의 고도화된 교육으로 인력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본 셈이다.
다음은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현 정부의 바이오 인력양성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이오 인력양성에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쓴 정부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바이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인력양성'은 예의상 한줄 들어가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최근 들어 바이오 분야의 인력양성을 주시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이전에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나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회사들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무(無)의 상태에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다는 거다.
지금은 다르다. 시장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바이오벤처들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산업이 활성화됐다. 이제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때다.
문제는 인력 풀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을 하려면 10~1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는 연구원이 거의 없다. 과정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을 경우 산업 육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정부에서도 인식이 변화한 거 같다.
-미국 방문의 공(功) 중 하나는 '디지털바이오 이니셔티브'가 아닐까 싶다. 이달 중 '디지털바이오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용 중 인력양성이 있는데, 방향성에 대해서 추측해본다면.
▲방미 경제사절단이 파견된 이후로 미국과 한국의 바이오 인력을 교환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을 타국에 파견하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거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바이오 산업에 먼저 뛰어든 선두주자인 만큼 가서 배울 게 많을 거라고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기초학문이 강하고 상업적인 연구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의약품의 시장성을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를 하게 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연구와 사업 영역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돼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가 모더나를 창업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런 문화를 접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2월에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학'을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진척 상황을 알고 있는가.
▲사실 마이스터대 얘기는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었다. 예산이 확보되면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마이스터대'는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고안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역대 정부도 바이오 정책에서 '현장 맞춤형 인재'를 기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단지 보완할 점이 많을 뿐이다. 현 정부가 제시한 '마이스터대'는 긍정적으로 보는가.
▲인력양성의 방식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거다. 정부가 '마이스터 대학교'라는 명칭을 괜히 붙이지는 않았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마이스터 고등학교' 추진 방식과 비슷하게 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를 만들 당시, 시설도 취업에 맞춰 전면 바꾸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직무 중심으로 재교육해서 학과가 환골탈태하지 않았나. 마이스터대 역시 산업계에 맞는 커리큘럼으로 채워진다면 충분히 성공할 거라고 본다.
이전에 인력양성 방식이 한계가 있었던 이유는 변화가 소폭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기존에 만들어놓은 틀이 있으니 학제를 부분적으로 개편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대학 내에서 바이오 과목을 몇 개 더 만들어놓고 일정 학점 이상 이수를 하면 졸업장에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라고 명명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보다 깊이 있게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결국 실무적인 대학에 대한 니즈가 있는 건데, 마이스터대가 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인력양성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는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발맞춰야 하지 않나. 정부와 기업의 공조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에서 공통교육을 시키고, 기업에서 내부교육을 시키는 식으로 분담해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취업준비생들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거다. 유관 학과를 졸업한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기본적인 분석 도구라든지 공정 등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 이후 각 기업에서 현장실습이나 내부 OJT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사에 특화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숙련된 인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된 클러스터도 생길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할까.
▲아니다. 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 바이오 업계에서 모범으로 삼는 미국의 '보스턴 클러스터' 역시 지자체 주도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연구개발의 상용화가 이뤄지자 그쪽으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몰린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게 자연적인 수순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인력 양성 정책에서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양보다 질을 챙겼으면 한다. 정해진 기간 안에 많은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정부 나름대로 욕심이 있어 목표를 세운 건 이해한다. 하지만 숫자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교육 현장에서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이 부실해지기 쉽다. 요새는 산업계에서도 양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명을 양성해도 제대로 양성해 달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세심한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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