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숫자 위주의 바이오 인력 양성 '위태'…내실 다져야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짧은 시간 동안 이룬 성과는 아름답고 위태롭다. 미국의 기후학자인 윌리엄 루디먼은 지구의 46억 년 역사 중 인간이 숲을 개간하면서 농경을 시작한 2000년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생활수준은 높아진 대신 고유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인류에게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 근대사도 성장 강박의 양면성을 가진다. 교육의 역사를 다급하게 쌓아올리는 바이오업계의 사례가 우려되는 이유다. 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가 지난 2005년 설립된 만큼 바이오 인력 양성의 역사 자체는 짧지 않지만, 최근 들어 정부는 인력양성에 분주해졌다. 한국바이오인력개발센터와 K-NIBRT에서 매년 배출하는 연간 200~300명 가량의 인력을 2024년 이후 천명대로 늘린다는 거다.
방보경 산업부 기자 |
문제는 프로그램이 아직 부족함에도 정부가 속도를 내는 데 치중한다는 점이다. 오송의 한국바이오인력개발센터는 지난 2019년 개소했고, 송도의 K-NIBRT는 지난 2020년 개소했다.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기는 어려운 단계다. 실제로 두 교육기관은 프로그램의 주기가 짧다는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당 이론과 실습을 합쳐서 채 두 달이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체험한 학생들은 "실습에 익숙해지는가 했더니, 한두 번 하고 끝나 버렸다"고 토로했다. 인력 양성의 내실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바이오 교육은 왜 이제서야 부상하는가.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책에 연속성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다"고 답했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입장에서는 본인이 맡은 기간 안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결국 현 정부가 만드는 정책이 전 정부와는 달랐다고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결국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자산을 활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자 애쓰는 셈이다.
이전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정치권은 바이오 업계를 꾸준히 주시해 왔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최초의 기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바이오산업은 우리 한국에 딱 맞는 경쟁력 있는 분야이자 한국이 역점적인 전략산업 분야로 채택해야 할 분야"라고 했다. 그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임기 내 한번씩은 바이오를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이 성공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에는 그 유구한 전통이 담겨 있다.
이슈를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신약개발에 기본 10년이 걸리는 바이오업계에서, 새로 양성하는 인력들도 그만한 저력을 가져야 할 테다. 이번 정부가 산업 변화에 맞춰 도입하겠다는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걸고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이 바이오 업계에서 꼭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는 정부의 기조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 시스템이 교육을 향한 거라면 더욱더 신중해야 할 테다. 사람을 돌보고 기르는 일에서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아름다울 일보다 위태로울 일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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