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중기부 조사결과 통보시까지 판매중지
"10개월간 판매중지 계속돼…입찰제한보다 불이익"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조달청이 납품계약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업체에 대해 명확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판매중지 조치를 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회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판매중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사는 2018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온라인 종합쇼핑몰에 영상감시장치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공급했다.
그러던 중 조달청 불공정행위신고센터에 직접생산 위반 관련 제보가 접수됐고 조달청은 2020년 4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종합쇼핑몰에 생산자로 등록된 179개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생산 여부를 조사했다.
조달청은 이 과정에서 A사가 물품을 납품한 1건의 계약에서 직접생산 위반을 추정할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해 2021년 11월 A사에 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A사의 직접생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같은 해 12월 A사에 "중기부의 직접생산 조사결과(직접생산확인서 취소여부) 통보시까지 종합쇼핑몰 판매를 중지하라"고 했다.
A사는 판매중지 조치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고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달청이 법적 근거에 따라 판매중지 조치를 했고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 중이므로 처분사유도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중기부의 조사결과 통보시까지 판매를 중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고에서 판매중지의 종기(終期)에 관해 '계약담당공무원이 조사 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로 정하고 있지만 피고는 판매중지 처분을 할지에 관한 결정과 함께 중지기간에 관한 재량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처분을 개시했으나 종기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사유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중기부의 조사절차 및 기간이 정형화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고로서는 종기를 짐작할 수 없고 판매중지 조치 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한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의 위반행위가 확인된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정해진 제재기간(3개월)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판매중지 조치 기간보다 짧다"며 "판매중지 조치가 사실상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정도의 불이익이 될 수 있고 원고의 경우 매출 상당 부분이 공공기관에 대한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그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판매중지 조치가 계속되는 동안 원고는 계약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데 중기부 조사결과 원고의 직접생산의무 위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침해된 계약기간에 대한 보상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사가 상당기간 지연되는 경우 피고의 일방적 조치로 원고의 계약기간을 사실상 단축시키거나 원고가 갖는 지위를 형해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달청이 1심 결과에 불복하지 않으면서 A사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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