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입찰제한 불복소송 승소 "재량권 일탈·남용"
"군수사 협력 안해…납품 못한 정당한 이유 있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해군 군수사령부(군수사)가 물품 납품이 어려워진 업체의 협력 요청에도 책임을 업체에 돌려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A사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군수사는 2020년 4월 해군함정에 장착되는 부속품 구매를 위해 입찰 예정가격 4501만원, 예산액 4556만원, 납품기한은 2020년 12월 10일로 하는 입찰공고를 냈다.
공고문에는 '입찰서 제출 전 관련 법령 및 조달 품목에 대한 규격, 단가, 납품기한 및 단종 여부 등 조달에 관한 사항을 필히 검토 후 납품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입찰 참가자에게 있다'는 유의사항이 포함됐다.
입찰에 응찰한 A사는 3962만원에 낙찰 받아 군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고문에 제조사로 기재된 B사를 통해 견적서를 확인한 결과 견적금액이 계약금액, 예정가격, 예산액보다 높은 616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사는 물품 상세 사양을 비롯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군수사는 "물품 조달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A사에 있고 가격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결국 A사는 군수사에 물품의 납품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계약 해제를 요청했고 군수사는 2020년 11월 A사의 계약이행 포기로 인해 계약이 해제됐다고 통지했다.
군수사는 이듬해 4월 A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국가계약법에 따른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했고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입찰 참가 전 물품 조달 가능 여부, 납품 여부 등에 따른 이행의 위험부담을 A사가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A사가 물품 납품을 못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A사가 물품의 견본품이나 세부적 사양이 기재된 자료를 요청했으나 군수사가 아무런 협력을 하지 않은 점, 견적액이 계약금액·예정가격·예산액의 135~155%에 이르는 액수인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사양서 기재 물품과 동일한 물품을 납품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면 군수사는 적어도 원고에게 계약의 이행을 위한 협력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군수사 입찰 담당자는 이 사건 물품의 특성 및 입찰 관련 규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연히 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했고 물품의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을 원고의 탓으로 돌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수사가 제재기준 상한을 그대로 적용해 제재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했다.
이어 "원고는 계약 이행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6개월 동안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다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고에게 제재기간을 감경할 충분한 사유가 존재함에도 피고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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