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 65%↓
역내 가공·재활용 비율, 40%·15%로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나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향후 미칠 파장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사진=로이터] |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가 16일(현지 시각) 발표한 CRMA 초안은 '전략적 원자재'의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는 데 방점을 두었다.
'전략적 원자재'엔 리튬, 희토류, 코발트, 니켈 등 16가지를 선별했다. CRMA는 2030년까지 전략 원자재의 가공(정제·제련)에 대해 EU 연간 소비량 대비 각각 10%, 40%를 EU 내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활용은 15%다. EU는 희토류와 리튬 등 주요 원자재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법안에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개발도상국 등 제3국과 원자재 관련 파트너십을 구축해 새로운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략적 프로젝트'를 별도로 식별해 신규 채굴·가공시설 인허가 및 재활용 사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허가와 재정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또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100억원) 이상인 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보공개를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와 공급망 감사의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1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조항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동향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공급망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세부조항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변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유럽에 생산 시설을 갖고 있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SK온은 헝가리에 각각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코치 등과 터키에 상용차용 배터리 합작사 건립을 추진한다.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한국무역협회(KITA) 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90%에 달한다. 코발트도 중국 의존도가 72.8%에 이른다.
해당 초안은 최종 법제화되기 전까지 1년가량 논의를 거치며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EU 내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내용의 상당 부분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U는 이번 발표에서 허가 절차 간소화 외에도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 수준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실행 방안이나 상세한 지원책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