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장 단독후보에 윤경림...외풍에 주총통과 안갯속
CEO 불확실성에 기업가치는 '뚝'..."혼란상황 지속 우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 정치권 외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KT가 예정대로 차기 CEO 단독후보를 발표했다.
앞서 여권에서 KT가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차기 CEO 후보로 선정한 것을 두고 반발한 상황에, 그 안에서 단독후보를 발표한 것이라 CEO 선임 마지막 관문인 주주총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진 미지수다.
◆구현모 빈자리에 윤경림, 이어지는 정치 외풍
7일 KT는 차기 CEO 단독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확정했다. 앞서 단독후보로 올랐던 구현모 KT 대표는 CEO 연임 과정에서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자진 사퇴했다.
윤경림 후보가 처한 상황 역시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8일 KT지배구조위원회와 KT인선자문단은 33명의 차기 대표 후보자 중 4명을 심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으로 KT 내부 출신들로 구성됐다. 이를 두고 여권 반발이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가운데)과 김영식 의원(왼쪽)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성중 의원 블로그] |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KT 내부 이익 카르텔만으로는 KT를 혁신할 수 없다"면서 "총 33명의 후보자 중 KT 내부 전·현직 인사 4명만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는데, 이 결정은 KT 혁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 측은 윤경림 사장이 단독후보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윤경림 사장을 후보로 확정한 KT 이사회의 결정은 결국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과징금 부과 및 검찰 수사 등과 관계된 구현모 체제의 연장"이라며 "KT CEO리스크의 해소가 아니라 증폭을 의미한다"며 반발했다
◆4개월만에 16% 급락한 KT 주가...사업계획도 차일피일
우려스러운 부분은 KT가 차기 CEO 선임을 두고 외풍에 시달리는 사이 KT 기업가치가 떨어진 한편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 주가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작년 11월 8일 기점으로 현재(3월 7일 기준)까지 4개월 만에 16% 하락했다. 정치적 외풍으로 차기 CEO 자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KT로 모여들었던 주식시장의 돈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교체됨에 따라 향후 수익성 위주 경영정책, 배당 및 주주이익 환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신임 CEO 성향 및 경영비전이 투자가들에게 인지되기 전까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KT광화문지사 모습. 2021.11.02 kimkim@newspim.com |
경쟁이 심한 통신업계에서 차기 CEO 리스크로 연초 마련했어야 할 사업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 3월 KT 주주총회에서 이번에 선임된 단독후보가 통과하지 못 할 경우 민간기업 KT가 떠안고 가야 할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KT 지분 넘어서는 현대차·신한은행, 선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KT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KT 지분 8.53%를 보유하고 있고, 이외에 현대자동차가 지분 7.79%, 신한은행이 5.58%를 보유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KT와 75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 지분을 합치면 총 13.37%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을 넘어서 만약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윤경림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이 찬성표를 던지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금융권과 대기업의 특성상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이 정부에 반하는 표심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당초 계획대로 구현모 대표가 단독대표로 올라가고 정치권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면 현대차와 신한은행이 찬성표를 던졌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신한은행과 현대차 입장에서도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표를 던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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